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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Sep 06. 2015

1층과 3층의 차이.

방글라데시, 한 건물에서 본 빈부의 차이

*

조심스럽다.

이번 글은.

공장 지대 가난한 마을 한 가운데에서 본, 지극히 상반되는 두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묘사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그 부잣집 아줌마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이 글의 목적은 그 부잣집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렇게 큰 차이가 한 건물에 공존하는 걸 보았다는 기록, 나의 경험담이다.


 



다카 북쪽에 접해 있는 한 공장 지대 슬럼가의 한국 NGO 사업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그 동네 풍경을 설명하자면, 한국의 옛날 달동네에,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길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지대도 낮아서, 비가 오면 하수도 물이 넘쳐 걸쭉한 폐수가 길에 첨벙거린다고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 NGO에서는 낮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 주는 데이 케어 센터와, 여성 직업교육을 위한 재봉 수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가난한 엄마들은 이곳에 아이를 종일 맡기고 근처 의류 공장에 일을 하러 간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월 최저 임금은 약 8만 원이다. 가장 싼 쪽방 월세도 5만 원이 넘으니, 이들의 생활 수준은 짐작할 만 하다.


재봉 교실에서는 몇 명의 여성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 소녀 한 명이 있길래 엄마를 따라왔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이미 이 아이도 엄마란다. 

안타깝게도 아기는 낳을 때 죽었다고 했다. 

아기를 떠나보낸 지 두 달 밖에 안 되었단다. 

너는 몇 살이냐는 질문에  열세 살이라고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들을 때마다 충격이었다. 아직 소녀인데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는 도중에 죽었다는 것, 그렇게 된지 두 달밖에 안 되었다는 것, 이 일을 겪은 본인의 나이는  열세 살이라는 것. 아직 몸이 채 다 자라기도 전에 아기를 낳아서였을까. 안전하지 않은 출산을 해서였을까. 


"조혼은 이곳의 큰 문제 중 하나예요. 가난한 집에서 한 입이라도 덜고자 일찍 시집을 보내는 거죠. 또 어릴 때 시집 보내면 원래 내야 하는 신부 측 지참금도 적게 내거든요."


이곳의 책임자이신 한국인 원장님이 설명해주셨다. 




사업장이 있는 건물은 3층이었는데, 꼭대기 층은 건물주가 사는 집이었다. 온 김에 주인집에 인사하고 가기로 하여 3층으로 올라갔다. 현관문부터 목재에 조각을 넣어 만든 고급스러운 집. 


사업장이 있는 1층과는 다르게, 3층 내부 인테리어는 너무나 고급스러웠다. 인테리어에 한화로 1억 정도 들었다고 했다. 층 전체를 통으로 사용하여 넓은 거실과 여섯 개 정도의 큰 방이 있었다. 집안일하는 아이들도 셋이었던 것 같다. 


아줌마는 음료수와 과자를 대접해 주었다. 우리는 최고급 원목에 화려한 조각이 들어간 넓은 식탁에 함께 앉았다. 아줌마는 심심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 해주었다.   


서른다섯 살이라는 아줌마는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다. 개발되기 전부터 이 땅은 아줌마의 조상들 소유였다. 지금은 세를 주고 있는 집만 100채가 넘는단다. 아줌마는 큰아버지의 양아들과 결혼을 했는데, 그 양아들은 이모의 친아들이었다.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친척끼리 결혼한 것 같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쓰레기가 많은 슬럼 지역이지만, 집 안은 고급스럽고 아늑했다. 

아줌마는 밖에 잘 안 나간다고 했다. 

아줌마는 행복해 보였다. 



방글라데시의 빈부 격차는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한 동네에서 같은 날 눈으로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늘 가난한 동네 가난한 사람들만 만났지, 부자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기에. 

부잣집 아줌마를 나쁜 사람 만들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약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갖게 된다면, 현관을 닫고 아늑한 내 집안에만 있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NGO계에 있는 한, 그럴 일은 없겠지만. 후후.)


-

그 날 오후, 집에 돌아온 뒤 원장님이 기찻길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진을 보내주셨다.

우리가 건넜던 기찻길에서 그 날 한 남자 아이가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삶과 죽음, 가난과 부. 충격적인 일까지.

그저 이 날의 나의 하루를, 이 글을 읽어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더 읽을 거리*

포토저널리스트 Allison Joyce가 찍은 방글라데시 조혼 사진들

http://www.ibtimes.co.uk/bangladesh-child-marriage-15-year-old-girls-heartbreaking-wedding-photos-1516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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