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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Sep 27. 2015

방글라데시에서 해 본 엉뚱한 상상

주로 릭샤 위에 앉아 하는 상상들이다.

릭샤 위에 앉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릭샤를 탈 때는 울퉁불퉁한 도로 상황 때문에 떨어질 수 있어 잘 잡고, 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핸드폰을 하지 않고 주로 멍하니 앉아 풍경을 보며 이동한다.  그중에 해 본 엉뚱한 상상들.


릭샤왈라와 부잣집 딸의 사랑을 뮤지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소설이나 연극으로 만들면 조금 억지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릭샤왈라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뮤지컬로 하면 드라마틱한 것이 괜찮지 않을까 해서.

남자 주인공은 릭샤 일을 갓 시작한 열여섯  살쯤 되는 소년으로 하고, 집안이 어려워져서 릭샤를 끌기 시작한 걸로 하자.

부잣집 딸은 원래 승용차로 운전기사가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며칠 반항하느라 릭샤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 그 릭샤왈라를 만나게 되고, 몇 가지 해프닝 끝에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다. 


뮤지컬에 방글라데시 전통 음악과 무용도 넣고, (너무 발리우드 같으려나?) 릭샤, 자연 배경 등 고유의 문화 요소들을 넣어서 만드는 거다. 결말은 비극이어야 하겠지. 난 늘 이야기 아이디어는 많은데, 디테일 작업과 완성이 안 되더라. 


실제로 방글라데시 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부잣집 딸과 가난한 청년의 연애. 이를 반대한 아버지와 오빠가 청년을 살해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딸도 자살한다는. 살벌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도 젊은 처녀의 아버지나 오빠가 그의 남자친구를 때렸다는 얘기는 몇 번 들어보았다. 아직 자유 연애가 보편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또 해 본 상상은, 내가 방글라데시 연예계에 데뷔하는 거다.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다양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누가 날 좀 캐스팅 안 해주나? 하는 생각. 

나 벵골어도 잘 할 수 있는데. 푸핫. 드라마나 토크쇼에 나가고, 유명해지고 말이다. 

외모를 떠나서, 외국인이면 일단 이 나라에서는 특별하니까. 난 한국에선 절대 연예인 못하니까, 여기서 외국인 찬스로 한 번 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연예인 제안이 들어온다고 해도 가장 망설여지는 이유는 교통 체증이다.

다카 시내 차가 너무 밀리니까, 스케줄 소화하러 다닐 때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그래도 제안이 들어오면 해 볼 용의는 있으니 혹시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방글라데시 방송계를 한 번 평정해 봅시다.


마지막 상상은, 내가 다카에서 방글라데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

그건,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삶이 될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같겠지만.)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좋은 집에서 메이드  도움받으면서 살 수 있겠지.

우기에 세차게 쏟아지는 비도, 건기에 흩날리는 흙먼지도 피할 수 있다.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탈 테니까.

공부를 조금 못해도 비싼 사립대를 다닐 수 있을 테고, 비슷한 집안의 배우자를 만나 크게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심하게 가난하지 않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다면 어떨지.

정전이나 물 문제, 교통 환경 등 삶에 어려움들은 좀 있겠지만, 좀 힘들어도 어떻게 대학까지 나오면 어느 정도 임금을 받으며 직장 생활하면서 그래도 무난히 살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다면 어땠을까.

나의 어머니가 10대에 나를 낳았는데, 아버지가 가난 때문에 도망가 버리고 어머니 혼자 남아 나를 기른다면.

어머니는 적은 월급에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 나는 작은 방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리며 자라겠지. 학교를 다니지만 공부가 쉽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다면 일찍이 학교를 포기하고 돈을 벌거나 결혼을 할 지도. 그러면 참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의 굴레를 벗을 방법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싱글모 가정이 많다.) 




밤이 깊었네. 

꿈 속에서 뮤지컬도 만들고, 방글라데시 방송 출연도 하고, 벵골인 인생도 체험해야겠다. 

그리고 내일 아침 출근길 릭샤 위에서 또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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