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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Aug 09. 2024

두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사진처럼 글로 기록한 몸의 감각




3D 사진처럼 기억해두고 싶은 몸의 감각을 글로 저장해 놓으면 어떨까.

아이는 감탄스러운 존재이지만 삶이 바쁘면 오롯이 그에 걸맞은 감탄을 할 겨를이 없다.

아이가 받아야 할 감탄과 찬사를 부족함 없이, 글로 해 두면 어떨까.

생명이란 감탄과 찬사를 받기에 마땅하기에.   






지금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

아이들은 열심히 자고 있다. 콧구멍으로 들숨과 날숨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아이들의 작은 심장을 펌프질 한다. 한 녀석은 침대 위 내 옆에서 자고 있고 한 녀석은 침대 아래에 깔린 토퍼 위에서 잔다. 각자 취향이 있다. 첫째는 침대에서 자는 걸 좋아하고 둘째는 아래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 한 녀석이 땀을 흘려 에어컨을 시원하게 하면 한 녀석은 코가 막힌다. 방온도 조절은 2018년 4월에 엄마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렵다.   







첫째는 5년 4개월을 살았고 둘째는 2년 6개월을 살았다. 첫째는 키가 110센티미터이고 몸무게는 20 킬로그램, 둘째는 음… 키는 잘 모르겠지만 몸무게는 15킬로그램 정도.






 

1호는 침대에 11시 25분 각도로 누워 있다. 2호는 자신의 애착 쿠션에 누워 오른손은 위로 뻗고 왼손은 아래로 뻗은 채 바로 누워 잔다. 저 쿠션은 내가 첫째 임신 중에 만든 것으로 원래 원형이었으나 찌그러져서 지금은 대충 90*60cm 정도 되는 것 같다.  두 아기 키우며 닳고 닳은 것을 어머님이 새 천을 덧대어 꿰맨 것이다. 첫째보다 둘째가 더 저 쿠션을 사랑한다. 언제까지 좋아할진 모르겠으나. 방울솜을 넣어 만들어 여름에는 더워 보이는데 악착같이 그 위에서 잔다. 이제 그나마 폭염이 좀 가셔서 다행이다.    






이 글을 쓴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여전히 쿠션을 사랑하는 둘째.






존재하지 않았던 두 생명이 (그것도 사람이) 나를 통해 세상에 왔고 쑥쑥 자라나는 모습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만 했는데 공짜로 뼈가 길어지고 살이 붙는 것 같아 감사하달까. (실은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마는) 첫째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혼자 화장실에 가서 휴지로 닦고 손까지 씻고 나온다. 지금까지 혼자 할 수 없던 일이라 놀라울 따름. 아직 머리는 혼자 감지 않지만(못 감는다기보단 안 감는 것 같다) 몸에 거품을 묻히고 세수하는 건 혼자 한다. 씻고 나와서 로션을 바르고 혼자 옷까지 완벽하게 입는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도와주면 약간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둘째도 부지런히 자신이 살면서 해나가야 할 기본기들을 다지고 있다. 아기들은 사람으로 살면서 가져야 하는 기본 기술을 끊임없이 연습한다. 예를 들면 물 따르기, 휴지로 엉덩이 닦기, 무언가를 손으로 잡아 뜯기 등. 사고 치는 걸로 보이는 행동들이 아기들에게는 자신 앞에 당장 놓인 삶의 중대한 과제이며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제 것으로 만들고 익혀나가기 위해 몰입하고 학습하는 거였다. 아마 모든 어른들의 어린 시절에는 그런 연습이 있었을 것이다. 첫째 때는 깨닫지 못했는데, 둘째 크는 걸 보니 그렇다. (그래서 둘째는 엄마의 잔소리를 훨씬 덜 듣고 크는 중이다) 그런 깨달음 때문에 둘째는 뭘 해도 귀엽고 예뻐 보이는 건지.    







......

아이들에 대해 좀 쓰고 자고 싶은데 너무 졸리다. 조만간 아이들과 함께 꿈나라로 가야 할 것 같다.  



- 2023년 8월 어느 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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