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아지트 Feb 21. 2024

'좋은 일은 모두 꿈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웡카'

‘좋은 일은 모두 꿈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웡카’에 나오는 명대사다. 그 대사는, 나의 지난 꿈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 꿈이 나에게 가져다준 ‘좋은 일’을 생각하게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나의 꿈은 ‘트로트 가수’였다. 5세 이전에는 외할머니가 나를 향해 ‘어린 애가 트로트도 잘 부르네...’하며 웃어주는 표정이 좋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아빠도 트로트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어린 소녀아이의 마음 속에 아빠라는 '첫 사랑'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도 얼른 자라서 애교스럽게 노래하는 저런 언니들처럼 아빠를 위해 노래할거야’라는 마음으로 그런 꿈을 꾸었을 듯하다.     


중학교때 나의 꿈은 ‘수학 선생님’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쉽게 접근하는 국어와 역사 공부는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수학 시간이 되면 내 세상이었다. 공식대로 풀기만 하면 정답을 알아낼 수 있수학이 오히려 쉬웠다. 아침 자습시간과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거웠다. 도무지 전혀 풀수가 없다는 난감한 표정을 짓던 아이에게 수학 공식을 이해시키고, 그 아이가 문제를 풀어내며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기뻤었다. ‘아...나는 수학을 좀 잘 가르치는 사람이구나...수학 선생님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거야...’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여자가 수학 선생이 되면 팔짜가 드세진다. 우아하게 그림을 그려라. 나이가 들어서도 이젤을 펴놓고 그림 그리고 있으면 얼마나 멋지겠니?’하며 미대입시를 준비시키셨다. ‘내 인생인데...’라는 말 한번 못해보고 ‘엄마의 꿈을 위해 3년간 입시 미술을 공부했다. 고3이 되어도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불안해졌다. 엄마에게 ‘엄마가 원하는 대학이 어디야? 그 대학에 내가 공부해서 입학할테니 미대 준비 그만하게 해줘’ 엄마에게 당당하게 내 주장을 했던 첫 사건이다. 늘 하라는대로 하던 딸이기도 했지만, 비장한 내 모습 앞에서 엄마도 느꼈던 것 같다. 나의 굳은 의지를...


고3내내 4시간만 자면서 그동안 그림 그리느라 놓쳤던 내신성적을 올려야 했고, 대입수능을 급하게 준비해야 했다. 소질이 없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밤새워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고3동안 나의 꿈은 ‘연세대 심리학과 입학’이었다. 수능점수는 내가 원하는 심리학과에 합격선에 넉넉한 점수였다. 그때 또 다시 손사레를 치며 등판하는 엄마...‘심리학을 공부하면 미친 사람들을 만나야해서 너두 같이 미친다. 안된다!’하셨다. 나는 엄마가 원래 바랬던 대학에 가야했다.      


전공이 영어여서, 그동안 단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영어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어야 했지만, 영어공부는 나에게 ‘졸업후 미국으로 유학을 갈거야. 가서 내가 하고 싶었던 정신분석 공부를 할거야’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었다.

   

트로트 가수에서 수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 미국유학...그 모든 꿈은 대학 졸업후 일찌감치 결혼을 하게 되면서 모두 무산되었다. 그러다 50세에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매주 오르내리며 ‘유학길’에 나섰다. 미국가서 배우려던 정신분석을 그제서야 배웠다. 특히 현대 정신분석 이론은 흥미로웠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했던 경험들이 책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삶이 이론이 되어 다시 나를 찾아온 느낌이었다. 늦깎이 공부였지만, 이론에 대한 이해는 20대 대학생으로서 공부한 것보다 훨씬 깊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그 시절 내가 배웠던 그림, 영어들이 모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수학적인 두뇌도 정신분석 공부와 심리검사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오늘 날의 ‘좋은 일’의 시작에는 그동안 나의 삶속에서 나를 찾아왔던 많은 꿈들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나의 지난 꿈들이 나에게 가져다 준 ‘좋은 일’에 대해 감사하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의 꿈들에 대한 ‘훼방꾼’인 엄마도 떠올랐다.


꿈을 이루기까지 방해하던 세명의 '악당'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좋은 일'에 다다른 주인공 웡카와 동일시되어 눈가가 촉촉해졌다.  엄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꿈은 나를 오늘로 이끌어와 주었다. 아니, 오히려 엄마의 방해로 인해 딜레이 되었던 시간동안, 더 '맛있는 초콜릿 만드는 비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웡카의 엄마는 '맛있는 초콜릿 만드는 비법'은 따로 있지 않고, 그 초콜릿을 '누구와 함께 나누어 먹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준다. 나도 내 인생을 통해 배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영화 웡카는 당당히 '나의 인생영화'로 등극한다.

작가의 이전글 맛으로 기억하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