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들이 좋아지는 마법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면 나란 사람은 확실히 결정 장애를 심하게 겪는다고 생각이 들지만
몇 가지에 대해선 확실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어떤 면에서 나는 꽤 내 색깔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싫은 것과 좋아하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내 스스로 믿고 살아왔다.
여튼 나는 살면서 비 오는 날이 단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이런 날에 멜론 DJ 플레이리스트 추천곡이라도 들여다보면 여과 없이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우울하고 우중충한 음악들이 선곡되어있다. 나는 확실히 날씨를 타는 사람인지라 기분이 안 좋은 날에 운동화 안 양말까지 찐득하게 젖어들어온 빗물이 불쾌했다. 떨어지는 빗물이 내 기분까지 머리끄덩이를 잡고 땅속 깊숙이 추락하는 그 기분이 너무나도 싫었다. 궁상맞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양새도 비슷해서 비 오는 날씨=최악이라고 되새겼다. 몇 년 전까지는ㅡ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을 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시작점, 과정, 결과 그 모든 것."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하지 않던가, 물론 싫어했다 좋아졌던 것이 싫어질 수 있다.
단 그 가정은 내 안의 '사랑'이 꺼졌을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난 지금 사랑에 빠져있다.
3년 반 정도 같이 지내니 비 오는 날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우중충한 곡의 끝판왕(?)도 서로 웃으며 추천한다.
비가 오니 기분이 좋다 너는 말한다.
네가 기분이 좋으니 비가 오는 게 좋다 너는 말한다.
그렇게 말해주는 너 덕분에 비를 싫어했던 나도 비가 좋다 말한다.
싫었던 것들도 즐기게 해주는 그 마법이 사랑 아닐까 -
비 오는 날 짧은 단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