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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와이 Dec 08. 2020

가을의 단풍구경

가을 어느 날,

홀로 단풍구경을 하러 나들이를 갔다.

말동무가 없었던지라 가는 길목 바위에 앉아

내 머리 위로 하늘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단풍잎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신기했다. 여름철 가득 머금었던 초록이

언제부터 어떻게 붉은빛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바람이 여러 차례 나무를 향해 달려왔다.

나뭇가지를 꼭 붙들고 있던 단풍잎들이

자신의 차례를 아는 듯 그 손을 놓고

바람에 실려 떠나갔다.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들을 보니

아름답고도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잎사귀 한 장이 경험한 생의 무게가

그가 의지하던 나무가 함께 겪은 시간만큼

동일하게 무거움을

그 나무와 그 곁에 함께 있던 잎사귀들이

모두 아는 듯했다.


인생이 잎사귀와 를 바 없어 보였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다가오고 있고,

인생 언저리가 조금씩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는 이 느껴졌다.

먼저 완연한 가을 옷을 갈아입은 인생들과

먼저 바람에 떠나가는 인생들을 떠올리며

나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맞이할 것임을 생각하니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단풍잎들이 그렇게 인생을 예언하는 가운데

그 저물어가는 인생의 모습이 아름다울 것임을

또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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