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와이 Jun 27. 2022

100%의 삶

-투어 중 눈앞에 마주한 모델처럼 멈춰 서 있던 얼룩말. 마법 같은 순간 @ 탄자니아 응고롱고로-


내 삶을 100% 소유한 순간이 있었던가.

대부분의 일하고, 읽고, 먹고, 말하던 그 시간들을 돌이켜 제대로 들여다보면 그곳에 자신이 온전한 상태로 존재한 적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놓쳐버린 것 같은 그 시간들이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이 그런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시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마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작품에는 그것을 둘러싼 '풍경'이 있음에도, 내 시야는 그 작품을 메운 글자만을 들여다볼 뿐, 해석서에 적힌 분해된 단어와 설명을 애써 암기한 뒤 시험지 위에 정답을 인쇄하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에 영화 '동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의 시를 공부하면서도 해석서에 적힌 '시대상황'이라는 것 또한 '공감의 영역'이라기보다 '정답의 영역'에 더 가까웠던지라,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흘러넘치는 마음을 담고자 했는지 제대로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냥 이해가 되었다. 누가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시는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왜 아무도 그렇게 제대로 작품을 대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렇게 고통스럽게 수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동안 내 마음 한켠에 남았을 시들이 제법 많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


무언가로부터 100% 충만해지는 경험을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완전히 비워져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완전히 비어져서 무언가로 100% 충만해지는 느낌.

그것은 단순해져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단순하다는 것이 무조건 적인 얕음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충만함을 위한 단순함은 전제조건이랄까. 단순함과 단조로움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단순함은 어떤 대상을 picky 하게 대하지 않는 것,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분석하고 해부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즉, 나를 내려놓아야 단순해질 수 있다.

단조로움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 주변을 둘러싼 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나 자신도 '방임'해버리는 것. 단조로워서는 충만해질 수 없다.


내가 좀 더 비워져서 아직 내 안에 없는 반짝이는 경험들로 100% 충만해지는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기를.

굳이 애써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일상 가운데 스치고 지나가는 귀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마음에 새길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