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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왕 Mar 06. 2019

예쁘고 따뜻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1. 고레에다 히로가츠

올해도 그럴 것이다. 

일상은 반복될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상처 받거나 의도와 다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길 것이다. 어떤 때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지는 일이 있을 것이고, 어떤 때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속상하고 우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으면 언제나처럼 바다를 찾을 것이다. 

분명 올해도 그럴 것이다. 


바다를 좋아한다. 

괜히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치유가 되는 것 같은, 바다를 좋아한다. 

고민이 있거나 쉼이 필요한 순간이면 강원도나 제주도, 바다가 보이는 곳을 찾곤 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냄새가 좋고, 백사장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좋다.

바다에 있으면 괜히 넓은 바다가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뭔가 고민이 있고 힘든 일이 있고,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오면 바다를 찾는다.


그렇다면 올해는 가마쿠라에 다녀올 계획이다. 

바닷가를 따라있는 기차를 보고 올 것이고,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거닐며 바다내음을 한 아름 담아올 것이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느낀 작은 행복을 '가마쿠라'에 가서 다시금 느끼고 올 것이다. 



너무 예쁘고 따뜻한 영화를 만났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장소, 그리고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예쁘고 따뜻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셨어요


영화<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의 작은 바닷마을에 사는 자매들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특별하고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네 자매의 이야기다.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아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 자매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세 자매의 모습에선 큰 슬픔이나 좌절감이 묻어 있진 않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 나은 이복동생을 만난다.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이복동생을 세 자매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들이 사는 바닷마을로 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복동생은 세 자매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들이 있는 바닷마을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영화는 이렇게 바닷마을에서 네 자매가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저 복잡한 가족관계를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 정도로 보이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바닷마을에서의 이야기는 '고레에다 히로가츠'의 손을 거치며 특별해지고 의미 있어진다.


가족이지만, 아니 가족이라도 개개인의 문제를 모두 알고 있거나 고민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고 치유가 된다.

비록 오래도록 보지 못했더라도, 가족은 그렇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가츠'의 영화들과는 조금은 다르다. 기존 그의 영화가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혹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줬다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처음부터 착하고 예쁜 영화다.(이렇게 느껴지는 것에는 분명 영화의 배경이 '가마쿠라'가 한몫을 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네 자매가 거니는 바닷가가 아름다웠고, 막냇동생 스즈가 남자 친구(?) 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는 벚꽃터널도 아름다웠다. 함께 식사하는 식당은 보기만 해도 정이 넘쳤고 네 자매가 같이 사는 낡은 집은 사랑이 가득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끝나는 순간까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상처 받는 순간이 올 것이고, 힘든 일이 있을 것이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면 바다가 떠오를 것이다.  

분명 올해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바다가 떠오르는 순간, 가마쿠라로 향할 것이다.

가마쿠라에서 예쁘고 순수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 한 편 남기고 와야겠다.


*가마쿠라가 슬램덩크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서핑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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