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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왕 Feb 05. 2017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가치, <그랜 토리노>

클린트 이스트우드 1.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입니다.]


거장의 '묵직한 한방'은 여전했습니다.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의 감독을 맡았을 당시(2008년) 80살이었습니다.
'80살의 노병'은 오직 그만이 담아낼 수 있는 연륜과 묵직한 메시지를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과거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윌트'는 미국의 흔한 노인입니다. 
평생 살아온 '자신의 미국'이 변하는 것을 못마땅이 여기죠.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들이 맘에 들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인종차별적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죠.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한 철저한 배척은 그의 삶을 지탱해온 오랜 가치관이고 새로움이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것을 싫어하죠. 그는 변화하는 미국이 못마땅합니다. 

그런 윌트의 옆집에 어느 순간부터 이민자들이 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관계가 좋을 수 있을까요?



영화 초반까지 이민자 가족과의 갈등 부분이 계속해서 이어지죠. 특히 재밌는 부분은 이민자 가족의 할머니와 윌트가 기싸움(?)을 펼치는 부분입니다. 서로를 노려보며 구시렁구시렁 불만을 내뱉죠. 과거 세대를 대표하는 두 집단의 모습을 보며 과연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좀처럼 하나가 되기 힘들어 보이던 이 두 집단은 '새로운 세대'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마주합니다. 


'자신의 미국'만을 고집하던 윌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자신과 기싸움을 펼치던 할머니의 손녀딸 '수'입니다. 흔히 떠오르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수'는 주도적이고 활발한 성격입니다. 남자들도 꺼려하는 불량배들을 만나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죠. (이 대목에서도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수'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움과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수'의 동생 '타오'와도 우정을 쌓아가죠.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는 윌트, 그리고 친구로 발전한 타오와 수.
'자신의 미국'이라는 견고한 세계의 빗장을 열게 되는 과정은 급진적이지 않습니다. 기존 윌트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죠. 천천히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투박하고 거친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그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수'와 '타오'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도 자신들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윌트의 방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윌트'가 자신의 친구들을 지키고자 한 '충격적인 선택'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오랫동안 생각할 거리를 남겨줍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세대가 소통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뻔하지만 가볍지 않은 메시지 하나를 싣고 달려갑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뭔가 어색했던 배우들의 연기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랜 토리노'를 명작으로 꼽는 이유는, 이 모든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 덕분은 아닐까요. 혹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어느 한쪽의 변화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 '어른의 모습'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있었고, '보수의 가치'에 대해 인정해주는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의 서울, 광화문을 채우고 있는 촛불과 태극기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대관절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내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답을, 영화 '그랜 토리노'가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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