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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Sep 30. 2023

스타벅스는 왜 그린워싱 기업이 되었을까?

얼마 전에 스타벅스 텀블러를 하나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포장을 뜯다 보니까 본 제품인 텀블러가 나오기 전까지 종이 쇼핑백, 종이 포장지, 큰 종이 박스, 비닐 완충재, 작은 종이 박스, 얇은 종이까지 대여섯 가지 포장재가 나왔다. 텀블러는 강철로 만든 거라서 깨질 염려도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까지 완충재를 넣고 포장지에 싸고 또 싸서 풀기만 어렵고, 불필요한 쓰레기만 잔뜩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스타벅스 로고만 예쁘게 인쇄된 종이 박스 하나 정도만 해도 포장이 충분할 것 같아 보였다.


스타벅스 텀블러 포장지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친환경 캠페인을 열심히 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사실은 친환경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그린워싱 기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픈사전에 따르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벅스의 그린워싱 사례들을 살펴보고, 스타벅스의 로고색이 추구하는 진짜 친환경적인 그린으로 가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증정 행사 사례


어느 날 스타벅스에 팀원과 같이 갔는데, 주문이 엄청 밀려 있다고 직원이 음료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매장 안을 보니까 평소 보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고 대기줄도 길었다. 리유저블컵(다회용 컵)  증정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린 거였다.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디저트도 먹으면서 음료를 기다리고 있다가 다회용 컵을 하나씩 받아 왔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스타벅스 직원들을 보니까 안됬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항상 친절하게 웃으면서 고객을 응대해 주는 직원들도 시간당 처리하기 힘든 노동에 시달리니까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이 고생을 하고 받아온 다회용 컵이 처음 스타벅스가 기획한 의도처럼 환경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다회용 컵이긴 하지만 플라스틱 재질이라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버려질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이벤트 진행 방식도 매끄럽지 못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음료를 마실 시간도 부족해 음료가 그대로 버려지기도 하는 등 환경친화적이지 못해 보였다.


이벤트성인 리유저블컵뿐만 아니라 좀 더 오랜 시간 사용하는 텀블러도 정말 친환경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텀블러 자체는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비해 재질이 튼튼해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분명히 친환경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330ml 용량의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13배 높다고 한다. 플라스틱 텀블러는 최소 50회 이상, 스텐인레스 텀블러는 최소 220 회 이상 사용해야 진짜 친환경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경우 시즌별 다양한 텀블러를 출시하고 있는데, 디자인이 예쁘서 그냥 굿즈로 모으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스타벅스 텀블러


우리 집에만 해도 안 쓰는 텀블러와 다회용 용기가 10개 이상 벽장 속에 들어 있다. 이런저런 행사에서 받아 온 것, 선물 받은 것 등 다양한 출처에서 온 것 들인데 실제 내가 사용하는 텀블러는 하나면 충분해 나머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텀블러 자체는 환경적 일지 몰라도, 텀블러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마케팅하는 방식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벽장 안 텀블러와 다회용기들


2.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 사례


스타벅스에 가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직원들의 친절한 미소와 응대는 언제 보아도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요소다. 커피 맛도 어느 매장을 가도 기본은 한다. 그런데, 음료를 마시려고 컵에 꽂는 종이 빨대는 정말 끔찍한 체험의 기억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종이 빨대가 형태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데, 조금 마시다 보면 형태가 허물어지고, 나중에는 빨대에서 이상한 냄새나 맛이 올라오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흐물거리는 종이 빨대 때문에 음료가 제대로 빨려 올라오지도 못해 음료를 다 못 마시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벅스 종이 빨대


종이 빨대는 스타벅스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경부터 도입했다. 2017년 기준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빨대는 연간 1억 8000만 개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부터 친환경적인 종이 빨대로 바꾸기로 했다.


문제는 종이 빨대가 기대했던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의 폐기물저감모델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때보다 종이 빨대로 만드는 경우 5.5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종이 빨대의 재활용도 크기와 코팅 재질 등으로 인해 거의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코팅 재질의 인체 유해성 논란도 있었다.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그나마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일 거라고 생각해 흐물거리는 형태감과 쓴 맛도 참아 보려고 했는데, 사실상 환경적이지도 않다면 도대체 왜 이런 그린워싱 사례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제지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종이빨대는 모두 '폴리에틸렌-Free' 코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종이로 재활용에 문제가 없고, 인체에 무해한 코팅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어떤 것이 더 친환경적이냐는 과학 검증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음료 용기의 뚜껑 디자인만 좀 바꾸어도 빨대 없이도 쉽게 마실 수 있다.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제3의 환경적 대안으로 확장할 때가 되었다.


스타벅스 다회용 컵과 일회용품 줄이기 안내문


3. 스타벅스가 그린워싱 기업에서 벗어나는 방법


스타벅스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스타벅스가 초록색 로고를 앞세운 그린워싱이 아니라, 진짜로 친환경 기업이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많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도적인 친환경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스타벅스가 친환경 기업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 이벤트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의 기존 노력들을 재점검해 보고 실용적인 새로운 대안들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추천해 주고 싶은 대안은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으로 업그레이드 해 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커피 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푸드류를 많이 팔고 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구매 하는 등 음료와 푸드의 맛과 질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나아가서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란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외관상 상품가치가 떨어진 식품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활동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스타벅스 푸드


스타벅스의 경우 훌륭한 디자이너도 많고, 좋은 바리스타와 납품업체도 많으니까 원 모양이 이쁘지는 않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보기에도 아름답고 건강에도 좋은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하니까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도 줄일 수 있고, 생산단가가 저렴하니까 고객에게 보다 나은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해서는 아래의 브런치 글을 참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kw0762/112




요즘 나는 스타벅스 쿠폰이 생겼을 때 말고는 스타벅스에 거의 가지 않는다. 내 돈 내고 시장통 같은 시끄러운 매장 안에 들어가기가 싫다. 사람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아 주문이 완료된 고객명을 계속해서 크게 호명하는 소리가 참 듣기 싫다. 스타벅스는 고객의 이름을 친절하게 불러준다는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이 있어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소음만 발생시키는 것 같다. 기업이 나름의 원칙과 철학을 가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으면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내가 스타벅스에 처음 가 본 것은 1999년 경에 미국에 처음 여행 갔을 때였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던 친구가 큰 서점 안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데려가 주었는데, 그곳이 스타벅스였다. 많은 책들 속에서 그윽한 커피 향이 우아하게 깔리는 멋진 공간과 진한 커피맛에 대한 첫 경험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이 싫어하는데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삶의 아름다운 휴식처로 업그레이드되어 오래오래 사랑받으면 좋겠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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