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 휴지가 콧물, 눈물에 흠뻑 젖었다. 영화 속 장면과 아이의 모습이 계속 교차되면서 떠올랐다. 미안함, 안쓰러움, 후회, 안도, 애틋함, 연민 같은 감정이 가슴에 맴돌았다.
어울림위원회. 재미난학교의 상설위원회 중 장애/비장애 통합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구성된 학부모 모임이다. 오늘은 정기 모임 외에 번외적으로 단체 영화관람을 했다. 그녀에게.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가족, 그 주변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책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어울림위원회 단톡방에서 발달장애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 펀딩 소식을 공유하며, 단체로 관람하게 됐다. 저예산 영화라 그런지 상업성이 약한 소재라 그런지 상영관도 상영 기간도 길지 않다. 영화에서 담고 있는 발달장애아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처럼, 영화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듯하다.
관람 후 함께 차를 마셨다. 다들 눈이 촉촉했다. 매월 한 번씩 저녁 시간에 재미난카페에서만 만나다 이른 오후에 야외에서 만나니 색다른 느낌이다. 몇 달 전엔 '창가에 토토' 단체 관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이런 영화나 콘텐츠들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간사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영역이 나에게 들어왔다고 이런 바람을 한다는 게. 작년만 해도 이런 쪽엔 무관심했었다. 아주 가끔 자폐아들이 디자인한 물품들을 후원 개념으로 구매했던 게 전부다. 그것도 스스로가 아닌 와이프가 보여주면 내 것도 함께 주문해 달라는 정도.
영화는 '차갑다', '따뜻하다' 이런 감상적 접근보단 발달장애아이와 그 가족들이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겪고 마주하는 현실을 그대로를 담아냈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보통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소개할 때 그 가족들도 우리 아이가 조금 아프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프다는 건 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것이라 했다. 그리고 장애는 병이 아니므로 아프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고,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라 한다. 불편하기 때문에 주변의 작은 도움들이 필요한 것일 뿐이라며.
영화에선 말한다. 장애라는 영역은 국가가 책임감 있게 보살펴야 할 역할이고, 오롯이 개인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며, 사회 활동을 영위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책임감 있는 국가의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나 의미보다 당장의 손익계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지금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미난학교는 장애/비장애 통합 교육을 중요한 교육 철학으로 삶고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차별 없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도움과 배려라는 것을 일상으로 실천하며 배우고 있다.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 평범하면서도 흔해 보이는 이 문장이 학교 철학이 된 이유다. 영화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그녀에게서 다른 그녀에게로 전달되기를 바랫듯이,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도 더 넓은 곳을 향해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