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사회적 질병에 대한 처방약 - 연결
이하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 TIMES]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눈에 띄지 않지만, 점차 가속화될 사회혁명"의 하나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생산연령 인구가 증가해 노동력과 소비를 견인하는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에서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줄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빠른 한국 사회에서 이 현상은 이제는 현상을 넘어 아주 구체적인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생활방식의 다양화로 인해 1인 가구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급속하게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숫자와 함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새로운 사회적 처방이 필요한 사회적 전염병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며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에서 먼저 나서서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는 예를 살펴보자면,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 일본에는 고립 담당 장관, 덴마크는 고령부라는 이름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처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도 다양한 문제 해결 방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상황에 특화된 해결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해외의 효과적인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의 사례를 알아보며 우리 사회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공간 - elderlearn(en.elderlearn.dk)
새롭게 이주해서 덴마크어 실력 향상을 원하는 사람과 덴마크 어르신들을 연결해서, 거실과 같은 공간에서 연령, 세대, 문화와 관계없이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새로운 사회에 이제 진입한 사람들에게는 언어를 향상하고 문화를 익힐 기회와 새로운 연결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며, 참여하는 어르신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거실로 찾아오는 손님을 환대하면서 일상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사이클링 위드아웃 에이지 - Cycling Without Age·CWA
자원봉사자(파일럿)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자전거를 직접 타기 어려운 노인들을 태우고 '함께 자전거 타기'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덴마크에서 시작해서 39개국 3,000여 개 넘는 장소에서 사이클링 위드아웃 에이지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사이클링 위드아웃 에이지 창립자는 자원봉사자(파일럿)가 어르신 2명을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면 세 사람이 '한 팀'이 돼 서로 교감하는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영국의 '외로움 종결 캠페인' (Campaign to End Loneliness)
외로움이란 의제를 공론화하려 노력으로 시작한 '외로움 종결 캠페인'은 문제의 해결에 대한 실천으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제안한다. 고독한 고령자에 대해서는 '말을 걸어본다.' '대신 물건을 사러 간다.' '우편물을 보내준다.' '자선 조직 자원봉사가 된다.' 등을, 고독한 젊은이에 대해서는 '만날 기회를 만든다.' '고독에 대해 말할 장소를 찾도록 돕는다.' 등이다.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시도로는 연금생활자와 집이 없는 젊은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셰어드 라이브스(Shared Lives)',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퇴직자와 실업한 남성들이 목공이나 전기제품 수리 등의 작업을 함께하는 '멘스 셰드(Men's Shed)', 난민들이 인근 주민들과 교류하는 '호스트네이션(HostNation)' 등의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캠페인 사이트에는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하는 케이스 스터디 사례를 다양하게 공유하고 있다.
https://www.campaigntoendloneliness.org
# YANA 프로그램 (YANA: You Are Not Alone Program)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등의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은퇴한 미국 경찰국 자원봉사자들의 프로그램으로, 대상자에게 정기적으로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대상자의 안전 여부뿐 아니라 식사, 신체적 건강, 재정 등을 확인하게 된다. 대상자가 전화를 여러 번 받지 않을 경우 응급의료 및 구조를 요청하거나 노인보호 서비스 등에 연계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V0QcfVirwM
# NODA(No One Die Alone)
중환자실 간호사였던 샌드라 클라크(Sandra Clarke)가 시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누구도 혼자 태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혼자 죽지 않는다"라는 목표 아래 자원봉사자가 무연고 환자의 곁을 지키며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환자 옆에 머무르면서 환자의 손을 잡거나, 말을 걸거나, 함께 있어 주는 것으로 한 사람의 존엄한 마무리를 돕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자원봉사자는 18세 이상이며, 최근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https://www.oprah.com/omagazine/kindness-of-strangers-how-one-nurse-made-sure-no-one-dies-alone/all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1인 가구를 문제 해결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 혹은 문제 해결의 또 하나의 주체로 볼 것이냐 하는 부분은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는 데 있어서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인 가구를 위해서 혹은 1인 가구가 주체가 되는 해외의 사례들이 '이미 와 있는 미래'에 대한 해법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 자유학교 :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만든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로, 한국에서 경험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쉼’으로써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에게 함께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돌보며 다음을 계획할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들고자 한다. https://www.jayuskol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