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덴마크 인생학교에서 접시가 깨졌을 때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라는 모토로 인생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유학교는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를 찾았고, 그때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덴마크 인생학교에서 접시가 깨졌을 때, 첫 번째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이하 인생학교)에서는 학교의 구성원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다 같이 한다. 학생과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교에 방문한 외부 손님들 그리고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과 학교를 관리하는 분들까지 그야말로 매번 큰 자리가 만들어진다. 학교 부지에 포함이 되어 있는 선생님들의 집에 사는 가족들도 함께 식사를 한다.
▲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식당 ⓒ 양석원
같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오늘 수업에 대한 이야기나, 오후 자유시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주말에는 무슨 일정이 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식사 시간이 학교의 구성원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시간이기 때문에 알려야 하는 내용이 있을 때 주로 식사 시간 중간을 활용한다. 누군가 컵을 때리는 소리가 나면 공지 사항이 있는 시간임을 모두가 알고 집중을 한다.
그날은 컵을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접시가 바닥에서 깨지는 소리 때문에 모두가 집중을 하게 되었다. 수상 스포츠 과목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딸이 식사를 마치고 접시를 테이블로 돌려 놓으려다가 그만 접시를 깨뜨린 것이다. 아이는 접시가 깨져서 당황을 하면서 모두의 눈이 자신을 향하는 상황에 더 당황을 하는듯 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생들이 깨진 접시를 정리하느라 도움을 주지는 않았고, 선생님이 우선 아이를 꼭 껴안고 놀란 아이를 먼저 다독였다. 그리고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서는 아이 손에 쥐어주고, 뒤에서 같이 깨진 접시 조각을 쓸어 담는 일을 도와줬다. 깨진 조각들을 잘 쓸어 담아서 쓰레기통에까지 담아두는 동안 학생들은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접시를 깬 실수를 한 아이를 먼저 탓하기 보다는 당황하고 있는 아이를 꼭 껴안고 달래주는 모습과 깨진 접시 조각을 선생님이 빠르게 치울 줄 알았는데 손에 쥐기도 힘들게 보이는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아이 손에 쥐어주고 같이 치우는 모습이 눈에 남았다. 한국 참가자들은 특히 가까운 자리에서 그 장면을 지켜봤는데, 만약 비슷한 상황이 한국에 어느 일상 공간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덴마크 인생학교 식당에서 접시가 깨졌을 때, 두 번째
그날도 어김없는 보통의 식사 시간이었는데,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반가웠는지 인사를 하겠다며 멀리서부터 식사를 마친 교장 선생님님의 큰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식사를 마치면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통에 버리고, 접시를 따로 두는 테이블이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반가운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교장선생님이 접시를 놓치고 말았다. (덴마크 인생학교에서 만난 행복한 교장선생님 케넷 : https://omn.kr/25t9j)
▲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케넷 교장선생님 ⓒ 양석원
접시는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고, 몇몇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손뼉을 쳤다. 박수 소리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예스퍼 선생님의 단호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접시가 깨졌을 때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서 도움을 줄 생각을 해야지 가만히 앉아서 박수를 치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러분,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이 있으면 도울 생각을 해야지, 그것을 즐기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절대로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기 바랍니다."
교장 선생님은 깨진 그릇을 치우느라 바빴고, 학생들은 다시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수업 그렇게 단호한 예스퍼 선생님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학생들에게 정말 강하게 이야기를 하는듯 했다.
덴마크 인생학교에서 접시가 깨졌을 때
▲ 깨진 접시 ⓒ Amanda Nance
한국에서 덴마크의 인생학교를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가 그곳에 가면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경험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도 교과서도 따로 없는 덴마크의 인생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은 교실이 아닌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계획적이지도 않다.
덴마크 인생학교의 수업 시간에 경험한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색이 바랄 순 있겠지만
덴마크 인생학교에서 깨진 두 개의 접시 이야기는 두고두고 그때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다. 그리고 삶을 위한 교육 철학을 가진 이곳을 '인생학교'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이유인 것이유인것 같다.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