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백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에서는 기본적으로 '해요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이 제품은 다음주 월요일에 재입고될 예정입니다"가 아니라 "재입고될 예정이에요"처럼 조금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고객을 응대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새로운 CS 담당자가 해요체를 사용하라고 교육한 매니저에게 이렇게 물었다.
말투를 왜 이렇게 해야 해요?
나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그게 규칙이에요."라고 답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올해 들어 가장 크게 탄식했다.
정체성을 전달하는 수단, 말하기
브라운백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그리고 많은 브랜드의 UX Writing 가이드에서는 보이스 앤 톤(Voice&Tone)을 규정한다. 누가, 어떻게 고객과 대화를 하든 '브랜드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할 때의 태도와 어조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종결어미는 어떻게 할지처럼 크고 작은 규정을 포함한다.
토스의 Writing Principle 예시 (출처: 토스)
브랜드에서 UX Writing 가이드를 만들 때 레퍼런스로 가장 많이 꼽히는 토스 역시 이러한 보이스 앤 톤 가이드를 두고, 해요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해요체'일까.
왜 '해요체'를 써야 하죠?
앞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의 목적은 브랜드다움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 '브랜드다움'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 즉 브랜드 페르소나다. 브랜드의 말하기는 페르소나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지 출처: 가인지캠퍼스)
브랜드 페르소나는 크게 황제, 영웅, 전문가, 친구, 의인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황제 페르소나: 업계의 두드러진 선두기업으로, 최고의 품질과 적절한 가격을 갖춘 브랜드. 독점적으로 군림하고 도도할 만큼 배짱이 있다. (예: 벤츠, 코카콜라, 디즈니)
영웅 페르소나: 업계 최고 실력자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브랜드.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있고 능력을 사람들에게 부각한다. (예: 애플, 드림웍스)
전문가 페르소나: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이 있는 브랜드. 전문가라는 평판을 갖고 있으나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예: 미래에셋, 더 바디샵)
친구 페르소나: 고객을 리드하기보다 제안하는 브랜드.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예: 풀무원, 웅진)
의인 페르소나: 투철한 사명의식과 혁명적인 제품을 가진 브랜드. 도전적인 대안으로 포지셔닝한다. (예: 맥킨토시)
(출처: 가인지캠퍼스, 페르소나 정하는 방법)
토스의 페르소나
토스의 페르소나는 무엇이기에 "카드 연결을 완료했습니다"가 아닌 "카드 연결을 완료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 답은 토스의 미션에서 엿볼 수 있다.
토스는 어렵고, 불편하고, 멀게 느껴지는 금융을 누구에게나 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토스의 미션과 Writing Principle을 보았을 때, 토스는 '의인 페르소나'와 '친구 페르소나'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금융을 혁신하겠다는 사명의식과 그것을 현실화해나가는 방법 중 하나가 쉽고 친근한 안내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높임말이면서 비격식체인 해요체가 가장 적절한 종결어미였을 것이다.
이 시대 브랜드의 말하기
토스와 유사한 말하기 방식을 택한 브랜드가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트업이나 새로 생기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딱딱하고 전문적인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던 브랜드도 이제 고객의 눈높이에서, 고객(유저) 친화적인 언어로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철도용어도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순화하고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UX writing. 고객 경험(User eXperience)을 생각해 쉬운 언어와 화법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은, 브랜드가 고객 위에 군림하던 시기를 지나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까지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규칙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브라운백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해요체'를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브라운백의 미션이 '인류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데 있고, 그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친구 같은 페르소나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취향대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의 기준을 고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한다.
규칙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이와 같은 말하기는 브라운백이 한 인격체로 고객에게 보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 본 게시물은 가인지캠퍼스의 '우리 기업의 인격, 페르소나 정하는 방법' 콘텐츠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