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람 Sep 12. 2023

우리 회사는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이 있나요?

업무 원칙 만들기 - 어떻게 평가하고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출처: 블라인드)


얼마 전 블라인드와 SNS를 나름 핫(?)하게 달궜던 글이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개인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성과는 뛰어나지 않은 사람,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꼭 칼퇴하는데 성과는 나쁘지 않은 사람, 일에 대한 열정도 넘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성과는 잘 나오지 않는 사람. 셋 중에서 누구를 진급 시킬 것이냐는 것이다.

원글은 물론이고 스크랩 된 글에도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글이 재밌는 건 댓글을 다는 개인이나 그 사람이 다니는 회사의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재능의 영역이니 가능성을 보고 진급을 시켜야 한다는 사람, 안정적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 밝힐 순 없지만 본인이 다니는 회사와 꽤 잘 어울리는 답변이었다.



어떻게 평가하고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어느 회사나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어하긴 하지만 그 일을 잘한다는 기준은 회사마다 다르다. 악착같이 혼자서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회사도 있고, 혼자서 오래 앓고 시간을 끌 바에야 빠르게 도움을 청하고 일을 해결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회사도 있다.


‘일 잘한다’의 기준은 결국 ‘누구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인가’와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결정하고, 나아가 회사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기업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비범한 성과를 내는 곳이다


오랜 시간 우리 회사의 채용이나 기업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다’라는 믿음이었다. 이 믿음 때문에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경력직(시니어)보단 신입(주니어) 채용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물론 믿음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었다. 다들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달랐기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평가도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회사는 날 인정하지 않는 걸까?’


회사가 커지면서 이런 오해를 최소화하고 멤버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업무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우리 회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서 우리 회사만의 업무 원칙 ‘Brownbag way’를 설정했다.



1. 업무 원칙 대전제 세우기


업무 원칙을 설정하기 전, 두 가지 조건을 두었다.


회사의 핵심가치(자유, 존중, 고객지향)와 연계되어야 한다.

업무 원칙을 통해 각 멤버가 해야 할 ‘행동’이 드러나야 하며, 이를 통해 업무 원칙에 따라 업무에 임했는지 자가점검이 가능해야 한다. 


그냥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멤버들의 업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고, 조금은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회사의 핵심 가치가 업무 방식에도 반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죽은 문서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살아있는’ 업무 원칙이 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체크리스트처럼 기능 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2. 업무 원칙을 설정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지 점검하기


탑다운(Top Down) 방식이 효과적인지,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효과적인지는 업무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렇다면 업무 원칙을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원칙이라 하면 어쩐지 탑다운 방식으로 가는 게 더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가나 인사고과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업무 원칙은 ‘멤버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대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을 조합하여 설정했다.


멤버들과 자주 소통하는 리더 그룹을 대상으로 타사 레퍼런스와 함께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생각한 초안을 배포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업무 원칙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인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한때 우리 회사에서도 자주 읽혔던 삼성전자의 <반도체인의 신조>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10개 미만으로, 너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도나 관점보다는 행동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why에 대해 생각/점검할 수 있는 문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문 형태로, 한 문장당 하나의 행동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부정 종결 어미 ‘~하지 않는다.’는 가능한 사용을 줄여서 부정적이거나 강압적인 느낌을 줄이면 좋겠다. 


이 피드백에서 일의 목적을 생각한 뒤에 행동하게끔 유도할 수 있으면서, 명확하고 간결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업무 원칙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팀 리더들이 남겨준 피드백 중 일부



3. 퇴고하고, 퇴고하고, 또 퇴고하기


글을 쓰다 보면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지고 끊임없이 고칠 것이 보이기 마련인데, 업무 원칙은 많은 이들에게, 꽤 오랫동안 보여질 문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덜’ 부끄러운 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서너번 정도 수정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러 며칠 동안 문장을 묵혀두기도 했다.


그렇게 약 3주가 지나고, 일곱 가지의 ‘Brownbag way’를 완성했다.


1. 일의 목적과 결과를 설명한다. 설명하지 못하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2. 성과는 나의 노력이 아니라 고객이 결정한다.

3. 가설 없는 시도, 검증 없는 결과는 없다.

4. 결과는 한방이 아니라 반복된 시도로 만든다.

5. 고객과 동료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6. 계획은 머리가 아니라 문서로 남긴다.

7. 모른다, 실수했다, 어렵다고 바로 말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인 “가설 없는 시도, 검증 없는 결과는 없다.”는 특히 여러 차례 퇴고한 문장 중 하나다.


“회고와 피드백이 없으면 시도한게 아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는 없다”

“가설과 검증이 없는 시도는 없다”


이 세 문장이 모두 “가설 없는 시도, 검증 없는 결과는 없다.”의 초안이었다.



작은 집단에도 원칙은 중요하다 


'열심히'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업과 브랜드가 한 방향으로, 집중력 있게 달리려면 분명하게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 시간과 자원이 제한적인 집단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오른발은 오른쪽으로, 왼발은 왼쪽으로 - 자신이 편한 방향으로 - 열심히 달렸을 때 우리는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그에 맞게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 이 글은 브라운백 공식사이트(www.brownbag.one)에 게시했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재게시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