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게 아니고요
운동화 밑창이 끈적 거린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푹푹 꺼지는 발밑. 발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비릿한 썩은 내가 이젠 익숙하다.
지금껏 계속 내가 걸어온 길은 조금씩 썩어왔다.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지만 때때로 코를 찌르는 썩은 내가 그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뿐사뿐 걷다가 터벅터벅 걸었고 이젠 쩌억쩌억 걷는다. 잠깐만. 걷는 게 맞나? 걷는 건 뭔가 자유롭게 들린다. 난 지금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운동화와 양말을 뚫고 발가락 사이에도 이제 느껴지는 그 끈적거림이 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눈앞에 이미 찍혀있는 무수히 많은 발자국들. 이 썩은 내 가득한 누런 길 위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끌려갔다고 생각하니 속이 조금은 진정된다.
뒤를 돌아보니 내 친구 민수가 있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녀석도 이젠 뒤늦게 나이를 먹은 거지. 표정을 보니 악취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코를 막은 채 비틀거리며 자신의 발끝만 쳐다보는 그 어설픈 모습을 보니 뭔가 우쭐하면서도 부럽다. 아직은 걷고 있구나. 아직은 걷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