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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윤슬 Oct 09. 2023

죽은 자의 집청소

김 완 2020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삶, 죽는 자가 늘어날수록 활기를 띄는 비즈니스. 그 직업적인 아이러니를 떼어놓고는 이 일을 설명할 수 없다. 죄책감이 내가 발을 디디고 선 땅이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죄책감 위에 새겨진 기나긴 발자국이 저 멀리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다. 움푹 들어간 자국이 깊고 선명하다. 138p



사람이 떠난 뒤에도 집은 로 남아 추어버린 시간을 지니다.

저리고 시린 날들은 간에 박제되어 난 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도 존엄도 남아있지 않은 곳에 들어가 은 자의 집을 살아갈 자의 집으로 되돌리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사람이 살 수 없는 집, 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사람을 특수청소부라 합니다.

특수청소부인 김 완 작가는 고양이 시신만 수습해도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고, 피투성이 살인 현장에서도 동요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냉철한 사람이기도 .

집에 남은 삶과 죽음을 닦아내 다른 이가 그 공간을 채우도록 돕는 직업.

특수청소는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맞이할 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하는 죽음,

오물과 쓰레기, 동물사체로 가득 찬 집에서도 계속되는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직업입니다.






단전이 예고된 날 사치스러운 냉장고에 목을 매 죽은 청년.

자기 생명을 끊으려고 꺼 번개탄 비닐 포장지와 부탄가스 캔을 분리수거해 두고 죽은 여인.

죽은 이가 마지막까지 곁에 두고 읽은, 위로로 가득한 내용임에도 끝내 주인을 삶에 붙잡아두지 못한 책들...


여러 번 글을 덮고 창밖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흔들리는 나무와 길을 걷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래야 들이마신 숨을 내쉴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삶은 심연 아래에 잠겨있다가 죽은 뒤에야 남루한 을 수면 위로 띄우는 건가. 하지만 내 삶이 그런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적요한 안방에서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릴 침대를 바라다. 저 안방과 저 침구는 아니겠지만 나도 언젠간 저런 침대 위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테지. 그때 내 죽음을 거두러 온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실 여기저기로 어질러진 물건을 주워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안방 침대 위 흐트러진 침구를 정리합니다.

눈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 생긴 물 때와 곰팡이를 닦아내기 위해 욕실 불을 켭니다.

더 이상 내가 통제하지 못할 집에 도착할 사람을 향한 복잡한 감정이 돋아납니다.

죽어서 존엄을 잃은 내 공간과 육신을 언젠가는 마주할 사람에게, 닿지도 않을 미안함과 감사함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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