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삶, 죽는 자가 늘어날수록 활기를 띄는 비즈니스. 그 직업적인 아이러니를 떼어놓고는 이 일을 설명할 수 없다. 죄책감이 내가 발을 디디고 선 땅이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죄책감 위에 새겨진 기나긴 발자국이 저 멀리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다. 움푹 들어간 자국이 깊고 선명하다. 138p
사람이 떠난 뒤에도 집은 홀로 남아 멈추어버린 시간을 지킵니다.
저리고 시린 날들은 공간에 박제되어 떠난 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가식도 존엄도 남아있지 않은 곳에 들어가 죽은 자의 집을 살아갈 자의 집으로되돌리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사람이 살 수 없는 집, 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사람을 특수청소부라 합니다.
특수청소부인 김 완 작가는 고양이 시신만 수습해도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고, 피투성이살인 현장에서도 동요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냉철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집에 남은 삶과 죽음을 닦아내 다른 이가 그 공간을 채우도록 돕는 직업.
특수청소는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맞이할 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하는 죽음과,
오물과 쓰레기, 동물사체로 가득 찬 집에서도 계속되는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직업입니다.
단전이 예고된 날 사치스러운냉장고에 목을 매 죽은 청년.
자기 생명을 끊으려고 꺼낸번개탄 비닐 포장지와 부탄가스 캔을 분리수거해 두고죽은 여인.
죽은 이가 마지막까지 곁에 두고 읽은, 위로로 가득한 내용임에도 끝내 주인을 삶에 붙잡아두지 못한 책들...
여러 번 글을 덮고 창밖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흔들리는 나무와 길을 걷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래야 들이마신 숨을 내쉴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삶은 심연 아래에 잠겨있다가 죽은 뒤에야 남루한 낯을 수면 위로 띄우는 건가. 하지만 내 삶이 그런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적요한 안방에서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릴 침대를 바라봅니다. 저 안방과 저 침구는 아니겠지만 나도 언젠간 저런 침대 위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테지. 그때 내 죽음을 거두러 온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실 여기저기로 어질러진물건을 주워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안방 침대 위 흐트러진 침구를정리합니다.
눈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 생긴 물 때와 곰팡이를 닦아내기 위해 욕실 불을 켭니다.
더 이상 내가 통제하지 못할 집에 도착할 사람을 향한 복잡한 감정이 돋아납니다.
죽어서 존엄을 잃은 내 공간과 육신을 언젠가는 마주할 사람에게, 닿지도 않을 미안함과 감사함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