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지평선'에도, '빙하가 떠다니는 서슬 퍼런 호수'에서도 고독은 제멋대로입니다.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폭포'에서도 '영겁의 고독 같던 북쪽의 눈'에서도 고독은 제멋대로입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도모해야 도착할 지구 반대편 땅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도 고독은 스스로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고독은 결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고독은 간절했던 도피처에서 구원이 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는 음악가 이준오 (캐스커 Casker)가 '신이 지구를 만들기 전에 연습 삼아 만들어본 곳'이라 일컬어지는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기록입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오프닝에 등장했던 폭포에 압도되어 충동적으로 떠난 지구 반대편, 비행기를 갈아타는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30여 시간이나 이동해야 만날 수 있는 불과 얼음의 땅.
마주치는 이 하나 없는 끝없는 고독을 달리는 동안 상념은 그림자로 뒤를 따르고 낯섦은 산맥으로 앞을 가로막습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공고해지는 고요함. 저자는 짧은 문장으로 그 순간을 기념합니다.
태양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부셔 저절로 눈이 감긴다. 눈을 감고 상상하던 이상향의 풍경이 눈을 뜨면 고스란히 상상 그대로 펼쳐져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현실의 풍경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 온 여행. 나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단 한마디의 메시지를 서울에 보냈다.
'여긴 미친 것 같아.' 52p
신비로운 남쪽의 이질과 위압적인 북쪽의 풍광속에서여행자는 어떤 해답을 찾게 될까요. 아니, 그 질문은 무용합니다. 지구 반대쪽을 하염없이 달려 얻어낸 질문이라 해도, 도시를 각성하는 불빛바닷속에선 흩어지고 부서지기 때문입니다. 고고하고 묵상하는 아이슬란드처럼, 가슴에 쌓고 포개는 저마다의 시간만이 의미를 가질 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