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서점에 갈 때마다 우선 챙겨두는 존재였다가 차츰 두 번째 세 번째로 밀려나더니 이제는 흥미로운 작가나 작품제목이 없으면 구입하지 않는 책이 되었다.
수상집이 제공하는묵직함이부담스러웠고 작품 두께를 따라잡는 해설이나 이런저런 작품 외 글들을 너절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해와 함께쌓이는작품들이 풍기는 기시감도 싫었다.작가와 작품이 다름에도 기승전결을 관통하는 일정한 톤 때문이다.
수상작이 되기 위한 공식이라도 있는 걸까. 음악과 순서가 달라도 결국 특정한 동작을 수행해야 점수를 받는 피겨스케이트처럼.
계절이 경계를 넘어가던 2023년 2월 어느 날. 지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애매해 오랜만에서점에 들렀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가던 곳이었지만 직장을 옮긴 후론 몇 년 만이었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지 안쪽 불을 꺼둔 서점엔 그날따라 이상한 손님 한 명이 부당한 항의로 여사장님을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씩 인내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본 나는 얼떨결에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를 맡았다. 일이 좀 심각해져서 경찰을 부르게 되었고 나를 알아본 사장님을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얼떨결에 보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서점에도 경찰이 출동할 수 있다니, 세상에는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아 있었다.
경찰과 손님이 돌아가고 나니 약속시간이 다가와있었다. 소동 탓에책을 둘러보지도 못했지만꺼져있는 안쪽 불이 마음에 걸려낯익은 표지를 집어 계산을 치렀다. 그렇게 나는 거의 8년 만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다시 만났다.
필사해 가며 읽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과 고개를 갸웃거릴 작품이 같은 상을 받고 나란히 수록되어 있었다.
상 등급을 더 세분화하던가 아예 없애는 게 어떨까 싶다가도 따라붙을 반론이 떠올라 생각을 그만두었다. 가늠하기 어려운 걸 가늠하는 일이니 어떤 기준이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을까.객인의 쓸모없는 공상일 뿐이다.
인장같이 선명한 개성을 가진작가들도 수상집에서는 기시감이 드는톤으로 쓰는 걸 보며 글에는 용도가 있다는 사실을객인은 납득한다.
OTT드라마나 웹툰, 노래와 극장영화등 '한국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도 단편문학 수상집만은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으리라객인은 짐작한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구입한 후에도 두계절이 지난 후에나 읽은, 태도를 정하기 어려워 책을 다 읽고도한참 후까지 감상을 남기기 꺼려지던, 의구심을 자아낸 운영 방침, 독소조항과 수상거부 이슈로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서 논란인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나는 또 언제 집어 들게될까. 좋은작품 한두 개를 만나기 위해 납득이 안 되는 작품들과 그 작품이왜 훌륭한지설명하는 해설을 덤처럼 떠안아야 하는 비용을 언제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