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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07. 2017

실전 사례 (1)

텍사스 홀덤 스토리 (17)


이어지는 내용은 마이애미 님과 여러 차례 만나서 한 얘기들을 녹취해서 보기 좋게 재구성 한 내용들입니다. 사이사이 필자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마이애미 님이 직접 얘기해 주는 스타일로 편집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1. 결코 순탄치 않은 블러핑의 길


블러핑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아요. 블러핑을 하는 기법도 꽤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방법대로 한다고 반드시 블러핑이 먹히지는 않지요. 대부분의 경우 블러핑이 실패하게 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전체 경기를 망칠 수도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덤 게임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예요.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매우 정석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상대였어요. 그런데 제가 빅 블라인드였고, 그 사람은 얼리 포지션이었죠. 프리 플롭 상태에서 블라인드 머니가 2불, 5불이었는데, 15불을 베팅하더군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었고. 


이 상황이면, 팟 오즈 계산이 무척 쉽습니다. 현재, 팟에는 2+5+15 해서 총 22불이 깔려 있고, 제가 빅 블라인드였으니, 10불만 더 내면 플롭 카드를 볼 수 있던 상황인 거죠. 팟 오즈가 2.2대 1이니 어지간히 수준 차이가 나는 핸드, 즉 상대가 높은 포켓 페어에 내가 4-6 정도로 낮은 상태가 아니라면, 들어가는 게 무리가 아닌 상태였던 겁니다. 그래서 따라 들어갔어요. 제 카드가 비록 4,6 같이 나쁜 패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패도 아니었습니다. 


(팟 오즈 계산은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하지만 비록 단순하게 설명되었지만, 원리는 잘 적용된 타당한 계산이며 읽기 편하도록 단순화해서 전달된 내용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 플롭 카드를 받았더니, 3,5,7 이 깔린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첵을 하니까, 그 사람은 콜을 한 겁니다. 그다음에 턴 카드가 깔리는데 6이 나온 겁니다. 3,5,6,7... 이렇게 되면 스트레이트가 그려지는 거죠. 


하지만 저는 4를 들고 있지 않았어요. 여기서 계산이 시작된 겁니다. 


상대는 매우 정석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 프리 플롭 단계에서 레이스를 했다는 것은 최소한 10% 안에 드는 핸드, 즉 포켓 에이스나 A, K, 아무리 낮아도 A-10s(같은 무늬의 A와 10) 정도는 된다는 뜻입니다. 포켓이라 해도 꽤 높은 포켓을 들고 있었겠지, 최소한 4를 포함한 핸드, 높아봐야 4,4 정도로는 프리 플롭에서 레이스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일단 스트레이트는 아니라고 봐야 된다는 거죠. 


거기에 상대가 생각하는 제 핸드에 대해 추리를 하는 겁니다. 아까 계산한 팟 오즈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계산입니다. 즉, 그런 상황에서 10불을 내고 따라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높은 핸드일 필요가 없는 정석 플레이라는 거죠. 그러니 상대는 제가 4를 들었을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을 하는 게 정상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즉, 여기서 제가 레이스를 한다면, 그 얘기는 나는 손에 4를 들고 있고,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최소한 그렇게 읽어 달라는 의미에서 저는 레이스를 했습니다. 일종의 블러핑인 거죠. 

여기서 또 하나, 제가 만약 그 순간에 콜을 하게 되면 상대는 아무런 비용이 없이 다음 카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잘못하는 플레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힘들지 않게 결론을 내리고 레이스를 한 겁니다. 


그런데 상대가 콜이 아니라 리레이스를 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다 집어넣었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선택은 이미 제가 앞서 레이스 할 때 미리 고려했던 상황이었고, 아주 명확한 상황인 겁니다. 


제가 읽기로는 분명히 이 사람은 포켓 에이스나 낮아 봐야 포켓 잭, 그 정도일 것이며, 진짜 만약에 포켓 7이라 해도, 기껏해야 7 트리플인데, 스트레이트보다는 약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결코 이 사람은 내가 올인하는 상황에서 따라올 수는 없다고 읽은 거죠. 그런데 올인한 걸 받더라고요. 


보통 카지노마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올인하게 되면 자기 핸드를 그냥 덮어 놓을 수도 있지만 열어 놓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기 카드를 오픈했는데, 포켓 4 였어요. 스트레이트가 맞아 버린 거죠. 


자기는 이미 스트레이트가 맞은 상태였던 겁니다. 그러니 당연하게, 내가 4를 들고 있으면 비길 것이고, 안 들었으면 이기는 상황, 거기다가 자기가 4를 두장이나 들고 있으니, 저한테 4가 들어오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어찌 되었거나 결코 지지 않는 패였으니 올인을 받는 것이 당연했던 거죠. 


결국 상대는 초반에 포켓 4로 15불의 레이스를 하는 변칙 플레이를 했던 거고, 그가 변칙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제가 그 사람의 카드를 잘못 읽어 블러핑을 했던 것이지만, 상황상 블러핑이 전혀 안 먹힐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그렇게 제가 한 일종의 블러핑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이미 게임에서 진 상태가 된 거죠. 제 손에는 4가 없었으니까. 정상적으로 끝난다면 저는 손 털고 일어났어야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런데, 리버 카드에서 4가 나왔어요. 커뮤니티 카드만으로도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져서 서로 비긴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팟을 나눠 가지게 되고, 결국 스몰 블라인드 2불을 나눠 가졌으니 1불 번 상황이 된 거죠. 죽다 살아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게 홀덤이다. 제아무리 출중한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해도 백전백승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지 장시간 여러 차례의 게임을 했을 때, 승률이 높아질 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이애미 님이 대화중에 정말 여러 번 강조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기술이 앞선다고 항상 이길 수는 없다. 이길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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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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