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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14. 2017

실전 사례 (2)

텍사스 홀덤 스토리 (18)

2. 러너러너 배드 빗


블라인드가 500/1000불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500불 1,000불 하면 무척 큰 게임 같지만 사실은 토너먼트였어요. 일반적으로 토너먼트를 하게 되면 참가비를 내게 되면 게임 머니로 칩을 만불을 줍니다. 만불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반수 이상이 기본 만불로 토너먼트를 시작하죠.


거기다가 토너먼트가 진행되면 지속적으로 블라인드 머니가 올라갑니다. 경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죠. 장기적인 전략에서 이런 점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딜러 위치였고, 스몰이 500, 블라인드가 1,000불을 냈는데, 제 바로 앞에 사람이, 즉 매우 좋은 위치, 레이트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콜을 한 겁니다. 이런 경우에서는 앞에 사람들이 모두 죽은 상태니까, 핸드의 높낮이에 별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들어오게 되죠. 그래봤자, 딜러, 스몰, 빅 세 사람만 상대하면 되고, 이 사람들이 핸드가 별로 안 좋으면 쉽게 블라인드 머니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레이트 포지션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K-9o(K 하고 9, 서로 다른 무늬)가 들어왔습니다. 이 정도면 나쁜 패는 아닙니다. 만약 제 앞의 사람이 좋은 패가 들어왔다면 그 상황에서 콜만 하지는 않았겠죠. 그저 앞사람들이 다 죽었으니 블라인드 머니라도 챙겨 보려고 콜을 한 건데, 만약 여기서 제가 레이스를 하게 된다면 죽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보통 레이스 하는 수준인 블라인드의 4배 정도, 즉 4,000불을 넣었습니다. 천 받고 3천 더~ 이렇게 한 거죠. 


그랬더니 스몰, 빅 블라인드는 다 접고, 이 앞사람은 따라 들어왔습니다. 그 상황에서 바닥에 플롭 카드가 깔리길, k,9,9이 깔려 버린 겁니다. 그대로 플롭에서 풀하우스가 깔려 버린 거죠. 


이렇게 플롭에 너츠(바닥 패 기준으로 만들 수 있는 최강의 패)가 나와버린 상황이 되면, 기분은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 사람이 베팅을 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턴과 리버 두 번이나 더 남았으니까, 판을 더 키우기 위해서 콜만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턴 카드를 받았는데, K가 또 나오더군요. 이런 건 좀 그렇죠. 제 입장에선 9 풀하우스에서 K 풀하우스로 한 칸 더 높아지긴 했지만, 만약 이 사람이 K를 들고 있으면 바닥에 9가 두장이나 있으니 저랑 같은 패가 되는 거잖습니까. 


결국 상대가 적당히 베팅을 하고 제가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 사람이 K를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비겼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런데 마지막 리버 카드에서 Q가 나왔어요. 거기서 이 사람이 다 넣더군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제가 스택이 좀 더 많았습니다. 대략 그 사람이 만 이천 불 정도, 저는 이만 불 정도가 있었고, 이미 들어간 돈들이 있으니, 그 사람이 올인하는 것을 제가 받아주고 지더라도 저는 칠천 불이 남는 상황이었어요. 


이미 그 사람도 칠천 불 정도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고, 올인하면서 오천 불을 더 넣은 상태니까, 저는 오천 불을 걸고 팟 머니 이만 불가량을 먹을 수 있는 팟 오즈가 나온 거고요. 


그래서 그냥 불안하면서도 받았죠. 그러고 나서 카드를 열어 보니까 그 사람이 K, Q를 들고 있던 겁니다. 즉 양쪽이 똑같은 K 풀하우스인데 그쪽은 킥커가 Q, 저는 킥커가 9, 이렇게 되어서 제가 진 겁니다. 이런 경우를 Runner-Runner라고 하는데, 턴과 리버에서 연속으로 카드가 나오면서 그걸로 높은 카드가 만들어지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저는 초반에 몬스터 핸드를 들고 있었고, 계속 이기는 상태였으나 마지막에 러너 러너가 뜨면서 지게 된 거죠.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K-Q 카드라면 당연히 저런 수순을 밟는 게 정상이고요. 


결국 저는 이만 불 이상 스택을 보유하다가, 이 한판으로 졸지에 칠천 불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난한 플레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가지 다른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리버에서 Q가 뜨는 순간, 상대가 K-Q 풀하우스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K-9 풀하우스를 가진 입장에서 추가적인 오천 불 베팅이라도 안 하고 카드를 버림으로써 칩을 절약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플롭 단계에서 이미 풀하우스를 완성한, 즉 몬스터 핸드를 들고 있는 입장에서 상대방의 불확실한 카드에 근거해서 베팅을 멈추고 죽는 것은 무척 힘들다. 결국 이런 경우 역시 러너 러너로 인해 당하게 되는 배드 빗으로 볼 수 있다. 


여러 번 곱씹어 다시 생각해 볼수록 저런 상황에서 미련 없이 죽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팟 오즈로 봐도 죽기는 아까운 상황이다. 비록 결과를 놓고 보니, 그때 죽었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당신은 저런 상황에서 카드를 버릴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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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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