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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18. 2017

실전 사례 (3)

텍사스 홀덤 스토리 (19)


3. 전형적인 배드 빗


한 번은 제가 A-7 핸드를 들고 출발을 했는데, 플롭 카드(처음 바닥에 깔아주는 세장의 카드)에 A-A-5 가 깔린 겁니다. 이렇게 되면 플롭에 에이스 트리플, 삼봉이라는 거죠. 이 정도 핸드면 두려울 게 없어집니다. 모든 관심은 어떻게 해서든 판을 키워서 크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만 쏠립니다. 


근데 제 앞에 있는 사람이 첵을 하더군요. 그래서 슬로우 플레이로 간 겁니다. 좋은 패인데도 불구하고 약한 척하는 거죠. 그래서 저도 첵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다음에 있는 선수가 뭔가 팟을 노리고 들어올 거라고 예상을 한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처음 앞에 있는 선수가 콜을 하거나, 베팅을 하거나 할 거고 그러면 바로 올인하려고 준비를 한 겁니다. 


그런데 이 다음 선수가 베팅을 하더라고요. 그것은 척 보기에도 앞사람들이 첵, 첵 하니까 레이트 포지션의 장점을 활용해서 블라인드 머니 챙기려고 하는 블러핑이었다는 겁니다. 자기가 그렇게 나오면 앞사람들이 핸드가 전부 별로니까 다 죽을 걸로 판단했겠죠. 


그런데 처음에 첵을 했던 사람도 똑같이 그걸 읽은 겁니다. 그래서인지 블러핑을 잡기 위해서 올인을 들어오더군요. 오히려, 레이트 포지션에서 팟 머니를 먹어가려는 의도를 읽고 거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쓴 걸로 볼 수가 있죠. 아마 핸드도 좀 되고 하니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하겠죠. 거기다가 저도 겨우 첵으로 상대했으니, 이미 에이스 트리플이라는 막강한 카드를 제가 들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하고 레이트 포지션 블러핑만 잡으려고 올인을 한 거죠. 저는 당연히 죽을 걸로 예상을 했을 겁니다. 


제 입장에선 신나는 일이었죠. 안 그래도 판을 키우려고 조심스럽게 슬로우 플레이를 했는데 한쪽에선 블러핑을 하고, 또 한쪽에선 그 블러핑을 잡으려고 올인을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당연히 올인을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앞서 둘이나 올인을 해버렸으니 처음에 블러핑을 했던 레이트 포지션 선수는 당연히 죽겠죠. 그리고 처음 선수와 저 둘만 남았는데, 이 사람의 핸드가 J-Q 였던 겁니다. 아무것도 없던 거죠. 별로 높지도 않고. 


아마 그 사람은 제가 올인을 받는 순간, 자기가 망한 걸 깨달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턴과 리버에 J-J가 뜨던, Q-Q가 뜨던 어찌 되었거나 저를 잡을 순 없죠. J-J가 깔리면 이 사람은 J 풀하우스가 되고, 저는 A 풀하우스가 되는 거니까요. Q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이렇게 게임은 끝나는 걸로 다들 알았는데, 턴과 리버에서 K 하고 10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단 하나 남아 있던 가능성이 그대로 맞았던 겁니다. 전형적인 배드 빗이었어요. 결국 에이스 삼봉 들고 스트레이트에 밟힌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은 진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전략이고 감이고 뭐고 하나도 안 먹히죠. 그냥 당하는 수밖에..


(사실 이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이트나 플러시에 목을 매게 되는 것 같다. 상대가 아주 높은, 그러니까 에이스 트리플이라 하더라도 허접한 숫자들의 나열인 스트레이트나 무늬를 맞추는 플러시 가지고 잡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결과, 결국 마지막 한 장이 안 뜨고, 네 장 짜리 스트레이트나 네 장 짜리 플러시, 그러니까 포플을 들고 콜콜 거리며 끝까지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네 장 짜리 스트레이트나 포플을 들고 콜콜거리면서 따라가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털리게 되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마지막 한 장이 뜰 확률은 매우 적기 마련이다. 그게 맞아주면 이기겠지만, 안 나오면 거덜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 거덜 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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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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