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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19. 2017

실전 사례 (4)

텍사스 홀덤 스토리 (20)

4. 최강의 배드 빗


제가 옆에서 지켜봤던 게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앞선 사람이 포켓 킹(K-K)을 들고 베팅을 했습니다. 뒤에 사람은 A-K를 들었어요. 당연히 콜이 들어오죠. 이렇게 둘이 붙은 겁니다. 


그런데 플롭 카드가 K-9-3이 깔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포켓 킹이 넛츠라고 해서 현재 커뮤니티 카드(바닥에 깔리는 카드)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강한 핸드가 되는 겁니다. 넛츠가 되면 당연히 베팅 들어가겠죠.


그런데 A-K도 탑 페어(바닥에 깔린 카드 중에 제일 높은 숫자에 맞는 페어, 여기서는 K)에 탑 키커(페어가 동일할 경우 다른 카드의 순서로 순위가 결정되는데, 그때 쓰는 카드가 키커) A를 들고 있으니 제일 높은 거죠. 서로 레이스 들어간 거죠. 이런 상황에서 A-K를 든 사람은 당연히 레이스 들어가는 게 맞습니다. 왜냐면, 자기가 밀릴 가능성은, 상대가 포켓 에이스나 포켓 킹을 든 상황뿐인데, 자기가 이미 에이스와 킹을 한 장씩 뺐다는 거죠. 그러면 상대가 포켓 에이스를 들고 있을 상황은 별로 확률이 없는 겁니다. 킹은 더하죠. 하나 들고 하나는 바닥인데 상대가 포켓 킹이라니.. 그런 일은 진짜 드문 거예요. 


그렇게 포켓 킹에 넛츠를 들고 베팅을 하니까 에이스-킹이 레이스를 한 거죠. 포켓 킹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그래서 한판 더 불리려고 콜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턴 카드에 에이스가 뜬 겁니다. 그러니 A-K 든 친구는 탑 투페어가 만들어진 거죠. 이 상황에서 포켓 킹을 든 입장에서는, 비록 A가 떴지만 아직도 자기는 킹 트리플로 막강한 카드인 상황이니 첵을 한 겁니다. 그랬더니 A-K 가 자기 패를 무지하게 막강한 걸로 생각하고 레이스를 쳐 버린 거죠. 그러고 나니 K 트리플 입장에선 올인을 하게 된 거죠. 또 이쪽에서도 받아주고. 


그렇게 해 놓고 나서 마지막 리버 카드에 또 에이스가 나왔습니다. 결국 포켓 킹을 들었던 쪽은 K-K-K-A-A가 되고, A-K 들고 시작한 쪽은 A-A-A-K-K 카드가 된 겁니다. 이 쪽이 이긴 거죠. 


이 게임이 제가 직접 옆에서 본 최강의 배드 빗이었어요. 이런 경우에 A-K 가 승리하게 될 확률은 아마.. 0.1% 미만일 겁니다. 


(이 경우 확률 계산은 대략 이렇다. 턴과 리버에 연속으로 A가 뜰 확률은 일단 플레이어의 손에 A가 한 장 있었으니, 52장 중에 5장을 제외한 47장 중에 3장, 또 46장 중에 2장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3/47)*(2/46)이 된다. 이걸 계산해 보면 대략 0.2% 정도 된다. 


실제로 A-K를 들었던 쪽이 이길 수 있는 경우는 그것밖에 없다. 스트레이트는 나올 수 없는 카드들이고, 플러시의 경우는 언급이 안 되어 있지만 플롭 카드의 무늬가 골고루 깔렸다면 그것도 어렵다. 즉, 천 번 해서 두 번 나올까 말까 한 확률로 이기게 된 것이다. 그러니 배드 빗을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번 당하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쯤 되면 슬슬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도대체 확률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 말이다. 천 번에 한 번 나오는 확률이라는 것도 이렇게 가끔 실제로 벌어지는데, 그걸 과연 무시해 버릴 수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확률이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일단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확률 계산을 모두 끝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그들만의 판단 영역이다. 기초적인 확률 계산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확률 따위는 의미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판단이다. 그런 엉터리 판단에 돈까지 잔뜩 걸었다면 그건 바로 자살행위가 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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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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