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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Oct 07. 2017

왕좌의 게임 - 최강자 선발전(3)

알고 보면 더 훌륭한 왕좌의 게임 - 최강자를 뽑아라

지난 편에 이어 일찌감치 탈락한 선수들에 대해 계속 알아보기로 하자. 일찌감치 탈락을 했다 하더라도 이들 하나하나는 모두 당대 최강의 강자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대단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런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이렇게 무수하게 등장하는 스토리는 일찌감치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이 또한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 그리고 그 원작을 영상화한 미드 왕좌의 게임의 탁월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찍 탈락한 선수들


아침의 검, 아서 데인


매드킹 아에리스 2세 시절의 킹스가드의 일원이다. 당시 킹스가드는 정말로 강했는지 전설적인 강자들이 드글드글하다. 


원래 데인 가문의 역사는 매우 깊다. 물론 웨스테로스의 유명한 가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역사라는 점은 감안하고 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되었거나 최초의 데인 가문은 안달인의 후예이면서도 도른 지방에 자리를 잡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도른에는 주로 로인족이 자리 잡은 것과 대비되는 일이다. 따라서 생김새도 보통의 도른인들과는 조금 다르다. 


초창기 데인 집안의 선조가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따라가 그 별이 떨어진 곳에 성을 지어 “스타폴”이라 이름을 짓고, 떨어진 유성에서 광석을 추출해 그 합금으로 칼을 만들게 되니 그 칼이 바로 그 유명한 “여명(Dawn)”이다. 여명808 아님. 


그 칼은 발리리안 강철로 만든 칼이어야 큰소리치는 웨스테로스의 전통을 넘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초합금 칼이었는지 데인 집안의 상징으로 전 대륙에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아서 데인 역시 그 여명을 들어야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보니 “템빨”이 조금 가미된 기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침의 검이라는 칭호도 아서 데인 개인의 칭호가 아니라 가문에서 주로 사용하던 칭호이기도 하다. 선조 중에는 저녁의 검이라는 칭호를 쓴 사람도 있다. 점심의 검까지 있었으면 삼시세끼검 트리오가 완성되는 건데 조금 아깝다. 


세월이 흐르면서 데인 집안은 마르텔 집안에 완전히 복속해서 마르텔 가문을 섬기는 기수 가문이 되었고, 아에리스 2세 매드킹과 마르텔 집안의 사이는 좋았으니 그 왕의 킹스 가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역전의 용사 바리스탄 셀미와 동급으로 취급되었고, 여명을 장착하면 바리스탄을 이긴다는 얘기가 퍼져 있을 정도로 강자이기도 하다. 좋은 칼 하나 없는 바리스탄이 불쌍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사로서 무력만 강한 게 아니라 지적인 능력도 대단했다고 한다. 매드킹의 명으로 도적단 킹스우드형제단을 토벌하러 갔을 때, 이게 단순히 토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 백성들이 왜 킹스우드 형제단을 지지하는가를 살펴 여론을 관리하면서 성공적으로 킹스우드 형제단을 토벌해 낼 정도로 정치적 감각도 있는 기사였다. 


라에가르 타르가리엔과 사이가 좋아 리안나 스타크가 있던 기쁨의 탑을 지키라는 명을 받고 거길 지키고 있다가 에다드 스타크 일행의 공격을 받게 된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에다드 스타크 일행에게 패함으로써 여명도 잃어버리고 목숨도 잃어버리게 된다. 


명검 여명은 에다드 스타크가 차후에 에다드 스타크에 의해 데인 가문으로 반환된다. 역시 착하고 올바른 에다드 스타크. 물론 에다드 스타크의 속셈은 아서 데인의 누이 아샤라 데인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는 속사정도 있긴 하지만 그냥 그 정도는 모른 척하고 넘어가 주기로 하자. 


아쉽지만, 아서 데인은 앞서 탈락한 에다드 스타크에게 패했던 경험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해서 탈락이 결정된다. 


근데.. 아서 데인이 드라마에 나왔었냐고? 나온다. 세눈박이 까마귀 브랜이 과거의 일을 살펴보던 중 기쁨의 탑 전투 장면을 보게 되고 거기서 에다드 스타크 일행과 아서 데인의 싸움을 지켜보게 된다. 이때 잠깐 등장했으니 등장한 거다.라고 우겨보자. 그 장면에서 젊은 에다드 스타크는 정말.. 뭔가.. 그냥.. 하여간.. 좀 그렇게 나온다. 


여명을 땅에 꽂아 놓고 에다드 앞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아서 데인. 한 컷 출연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아무리 봐도 좀 그런 당시의 젊은 에다드 스타크, 얼핏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와 턱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바리스탄 더 볼드, 바리스탄 셀미


별명인 바리스탄 더 볼드에서 볼드는 대머리라는 뜻이 아니다. 용감하다 혹은 과감하다, 두려울 것이 없다,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원작을 기준으로 한다면 바리스탄 셀미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양 대륙 최강의 기사이며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아서 데인이 스타크에 의해 세상을 떠난 뒤로 더욱더 독보적인 최강의 자리에 앉아 있어야 정상인 캐릭터 이기도 하다. 


아서 데인이 그저 매드킹 킹스가드의 일원이었다면 바리스탄은 킹스가드의 사령관인 로드 커맨더였고, 어려서 마상 대회에 진출한 시점도 바리스탄이 훨씬 빨랐으며 웨스테로스를 떠나 에소스로 건너가 대너리스 여왕의 퀸즈가드가 된 이후에 보여주는 행보 역시 최강자로서의 면모에 손색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드라마에 들어와 내용이 많이 변하면서 결함이 생겨 버렸는데.. 일단 원작과 달리 죽었다. 그것도 굉장한 상대와 정면대결을 해서 쓰러진 것도 아니고 찌질한 시정잡배 광신도들, 즉 하피의 아들들과 싸우다가 죽었다. 이는 전혀 원작의 바리스탄 셀미 답지 않은 스토리 진행이었으며 바리스탄의 많은 팬들이 이 내용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뭐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도 하피의 아들들 수준이 아니라 황금용병단 같은 강한 무력집단을 단신으로 뚫고 들어가 쓸어 버릴 정도의 무력을 보유한 대륙 최강의 기사가 겨우 하피의 아들들에게 둘러 쌓여 죽는다? 비록 단신으로 엄청난 숫자의 황금가면들에게 둘러 쌓여 처절하게 싸움으로써 그레이 웜을 구해내는 설정이기는 했지만, 제작진의 의도는 결국 세대교체에 있지 않았겠냐는 의심을 해 볼 수가 있겠다. 이 설정은 결국 바리스탄 셀미는 늙어서 약해졌다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는데 그 덕분에 이 심사에서도 초반 탈락을 시킬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조프리를 지키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서세이가 주장을 할 때 갑옷을 집어던지며 돌아서서 경비병들을 단신으로 때려눕히고 대륙을 건너가 대너리스의 퀸즈가드가 되어 버리던 그 대단한 기개도 빛이 바래 버렸다. 


외모도, 가치관도, 무력도 어느 하나 밀릴 게 없던 대단한 기사였지만 드라마화 되는 과정에서 그 무력의 강고함이 심하게 깎여 나간 점, 대단히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눈물을 머금고 탈락시키도록 하자. 


참고로 아서 데인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아샤라 데인이라는 절세 미녀였다고 한다. 이 아샤라 데인을 사랑했던 사람이 바로 에다드 스타크인에 비록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바리스탄 셀미도 이 아샤라 데인에게 마음이 있었다. 즉, 에다드 스타크와 바리스탄 셀미는 아샤라 데인을 사이에 둔 연적의 관계였던 걸로. 

하지만 평생을 금혼의 서약을 지켜야 하는 킹스가드였던 바리스탄 셀미 입장에서는 내놓고 나서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여러 가지로 피곤한 인생을 살아온 할아버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점에서는 그냥 빨리 은퇴시켜 준 드라마의 내용이 더 인간적일 수도 있겠다. 


대륙 최강 기사, 바리스탄 셀미의 최후



과묵한 집행자, 일린 페인


왠지 알게 모르게 죽은 캐릭터는 약한 걸로 취급받는 이 판에서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은 강한 걸로 평가하는 게 공평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괴한 기준으로 얼결에 심사 대상에 오른 캐릭터 되시겠다. 


페인 가문 출신이고 일린 페인의 먼 친척으로는 티리온과 타스의 브리엔을 따라다니며 종자 역할을 하는 포드릭 페인이 있다. 


원래 타이윈 라니스터의 경호대장이었으나 타이윈이 너무 잘 나가는 것을 시기한 매드킹 아에리스 2세의 명에 의해 혀가 잘렸다. 결국 과묵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을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 셈이다. 매드킹이 일린 페인의 혀를 잘라 버린 이유는 일린 페인이 술자리에서 당시 핸드였던 타이윈을 칭송했기 때문. 


매드킹이 죽은 이후 로버트 바라테온이 정권을 잡고 서세이와 결혼하는 과정에서 로버트 왕은 타이윈 라니스터의 입장을 고려해서 일린 페인을 왕실 사형집행인으로 임명한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묵묵히 있다가 죽일 사람이 나오면 머리를 베어 버리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머리를 잘라야 할 대상이 에다드 스타크가 나오는 바람에 에다드의 사형을 집행했고 그 결과 아리아 스타크의 살생부에 올라 버리는 기염을 토한다. 사실 일린 페인은 별로 죄 없는데.. 


이걸로 끝이면 아무 재미도 없는 캐릭터였겠지만, 원작에서는 그 과묵함, 아니 혀가 잘려서 말을 못 하는 특성 때문에 제이미 라니스터가 팔을 잘린 다음 검술 스승으로 지목하게 되면서 재미있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도 드라마로 오면서 다 날아가 버린다. 일린 페인 역을 맡은 영국 출신의 배우 윌코 존슨이 덜컥 암에 걸려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팔 잘린 제이미 라니스터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상대는 티리온의 보디 가드였던 브론으로 교체되었고, 일린 페인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캐릭이 되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봐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데 굳이 이 심사 대상 캐릭터에 넣은 이유는? 


암환자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슬그머니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산사 스타크를 놀래키는 일린 페인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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