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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Jul 27. 2017

'문화' 군함도를 '역사' 군함도로...

 


“아우슈비츠(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는 유대인의 민족사인데, 세계사로 읽힌다. 유대인들이 그걸 세계사로 끌어올린 거다. 아우슈비츠가 조명되는 건 유대인이 세계인의 양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폭력의 역사를 세계사로 끌어올려야 한다.”

 

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 중 한 말입니다. 이 감독은 “위안부든 731부대든 우리가 제일 많이 당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도 하더군요.


"우리는 가해국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추궁하고 있을까. 유대인들은 학살자를 지금껏 재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인 가해자를 찾아간 적이라도 있나.  오죽하면 류승완(영화감독)이랑 나 같은 감독들이 (피해사실을 알리려고) 매달리겠나. 정부, 학자, 기자는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윤동주는 치안유지법제5조 위반죄로 복역 중 '이름 모를 주사'를 맞고 사망했다. 영화 '동주' 스틸컷(Daum 영화)


뜨끔했습니다. 과거사 전문기자 지망생을 자처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일본인 가해자를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특집 기사를 삼일절과 광복절 즈음에만 쓰는데 언제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일개 기자는 일제강점기란 주제에 매달릴 수 없습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을 극복하는 도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집필활동을 계속하는 김효순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군함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귀환한 국군포로 생존자(40여 명) 인터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미루는) 제게 군함도 생존자(5명 내외) 인터뷰는 수월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군함도는 한일 과거사의 뜨거운 이슈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소설 '군함도'를 펴낸 한수산 작가(동아일보)
MBC ‘무한도전’은 ‘군함도 편’(2015.9월) 영상 캡처
영화 '군함도' 촬영 현장 사진(Daum 영화)


군함도는 그동안 문화 분야에서 논의됐습니다. 한수산 작가가 소설 ‘까마귀(2003)’를 썼고, 개정판 ‘군함도(2016)’도 펴냈습니다. 군함도가 유네스코로 등재된 뒤 예능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은 ‘군함도 편’(2015.9월)을 방영했습니다. 급기야 올여름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7월 26일 개봉)’도 나왔습니다.


문화인들이 이 정도 일했으면 이제는 정부, 학자,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PD, 작가, 영화감독, 배우들이 걸어왔으니 그 길이 험하지도 않을 겁니다.


문화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문화는 문화입니다.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이 역사로 남으려면 사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이 글은 과거사 전문기자로 살아남고 싶은 10년 차 기자의 기록입니다. 

미흡하더라고 1차 사료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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