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는 유대인의 민족사인데, 세계사로 읽힌다. 유대인들이 그걸 세계사로 끌어올린 거다. 아우슈비츠가 조명되는 건 유대인이 세계인의 양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폭력의 역사를 세계사로 끌어올려야 한다.”
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 중 한 말입니다. 이 감독은 “위안부든 731부대든 우리가 제일 많이 당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도 하더군요.
"우리는 가해국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추궁하고 있을까. 유대인들은 학살자를 지금껏 재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인 가해자를 찾아간 적이라도 있나. 오죽하면 류승완(영화감독)이랑 나 같은 감독들이 (피해사실을 알리려고) 매달리겠나. 정부, 학자, 기자는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뜨끔했습니다. 과거사 전문기자 지망생을 자처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일본인 가해자를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특집 기사를 삼일절과 광복절 즈음에만 쓰는데 언제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일개 기자는 일제강점기란 주제에 매달릴 수 없습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을 극복하는 분도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집필활동을 계속하는 김효순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군함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귀환한 국군포로 생존자(40여 명) 인터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미루는) 제게 군함도 생존자(5명 내외) 인터뷰는 수월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군함도는 한일 과거사의 뜨거운 이슈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군함도는 그동안 문화 분야에서 논의됐습니다. 한수산 작가가 소설 ‘까마귀(2003)’를 썼고, 개정판 ‘군함도(2016)’도 펴냈습니다. 군함도가 유네스코로 등재된 뒤 예능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은 ‘군함도 편’(2015.9월)을 방영했습니다. 급기야 올여름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7월 26일 개봉)’도 나왔습니다.
문화인들이 이 정도 일했으면 이제는 정부, 학자,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PD, 작가, 영화감독, 배우들이 걸어왔으니 그 길이 험하지도 않을 겁니다.
문화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문화는 문화입니다.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이 역사로 남으려면 사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이 글은 과거사 전문기자로 살아남고 싶은 10년 차 기자의 기록입니다.
미흡하더라고 1차 사료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