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큰아이 고3 때의 일이다. 학년이 올라가자마자 담임선생님을 배정받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 큰일 났어. 윤** 선생님이 담임되었어. 난 끝났어.”
“왜? 어떤 선생님인데?”
“응, 장난 아냐. 언니들이 그러는데 교실에서 시계 날아가고, 거울 깨트리고,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만 써놓는대. 큰일 났어. 큰일 났어. 이제 어떻게 해?”
요즘 시대에도 그런 선생님이 있다니... 선생님이 그렇게 행동하고 오랜 기간 소문이 나도록 학교에서 수수방관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21세기에 이게 가능해? 아이는 무슨 귀신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고 온 사람처럼 혼이 나가 중얼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학교를 믿었다. 그리고 지금껏 봐온 그 학교 선생님들(사립이라 인사이동이 거의 없었다)을 믿었고 인품 좋으신 교장선생님을 믿었다. 그렇게 될 리가 없다(선생님의 행동에 내 아이가 상처 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을 거야."
"엄마가 몰라서 그래. 해마다 학교에서 엄청 유명했대."
"걱정하지 마. 엄마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아.”
“정말?”
“그럼. 엄마만 믿어”
큰 아이는 좋다고 학교에 갔다. 결국 졸업할 때까지 소문으로 들리던 그런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급 내에서 갈등이 있을 때 오히려 담임선생님을 이해하는 쪽이 되었다.
만일 아이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쩔 거냐고? 아이와 갈등이 발생해서 선생님이 시계를 던지고 거울을 깨뜨려(요즘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불과 7년 전 일인데도..) 아이가 힘들어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의 교육방침이나 인생철학을 존중하지만 내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마셔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모든 행위를 중지시킬 수는 없지만 내 아이를 힘들게 하는 행위를 중지해달라는 내 요청을 선생님이 수용해줄 것이라는 강력(하지만 근거 없는)한 믿음이 있었다. 만일 수용을 안 해주시면 될 때까지 정중하게 요청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맞아, 보여줬어야 해.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줬어야 하는데 나는 아이에게 네가 극복해야 할 네 문제라는 말만 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방치했던 것 같아. 사실 이런 일이 나한테 닥쳤을 때 나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