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ed Enabler
Dec 07. 2023
요사이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서 적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확히는 정신적 몸살이라는 표현이 맞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안에서 책임의 영역을 살피고, 내가 이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 체크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긴장도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를 잡아보다가, 속도 상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아주 가끔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금세 날아간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건 딱히 나만 그런 것은 아니네 싶다. 그렇게 치면 산다는 것은 모든 이의 유사한 감정 경험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좋았다가 다음날은 짜증 나고, 그러다가 다시 조금 나아졌다 어느새 기운이 빠지는 순환이다.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려봐도 항상 기분이 하이를 칠 수 있는 삶은 없다. 만약 그런 삶이 있다면 뇌가 고장 났을지도 모른다.
특히 위축되고, 환경에 반사적이고, 멍해지는 상태 안에서는 감정의 변화는 나를 기분 나쁘게 자극하는 방향으로 내달린다.
그러다 한 순간 나의 생각이 오해였다는 상황을 만나면, 긴장이 풀린 듯 배시시 웃다가 잠이 들 때쯤이면, 얼마나 바보 같은 하루를 보냈는지 후회를 하곤 한다.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깨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어제 그걸 했어야 했는데!', '아 이런 일도 밀렸는데...' 하며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진척이 안 되는 일들을 떠올리고 다시 한번 전날 얼마나 쓸데없는 시간을 썼는지 후회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삶에서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 거창하게 삶까지 갈 필요 없이, '나는 지금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를 되뇌어 본다.
이 질문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전의 사건에서 분리되는 나를 발견한다.
이 시간을 모든 사건과 나누어 쓸 수 없다면(실제로도 그렇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
자라나는 내 아이의 숨결을 같이 하는 일,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책들을 읽고 정리하는 일,
내가 평소 관심 있었던 수업을 듣는 일,
소홀했던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는 일,
나를 좋아해 주는 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일,
가족들과 주말에 어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잘 보낼 수 있을까 궁리하는 일,
건강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하는 일...
그것이 무엇이든 이미 지난 간 과거나 타인이 말을 곱씹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겠지...
삶을 흘러간다. 기한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 속에 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기도 참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