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d Enabler Aug 29. 2023

저도 이제 사춘기입니다.

천진 난만과입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는,

"어머니, OO이는 이과 계열이에요.",

 "어머니, 제가 볼 때 OO는 문과예요." 하면서

어디로 줄을 서야 하는지이다.


이과냐 문과냐의 결정은 이후 진로에 가장 큰 중요한 인자기도 하고, 좀 더 잘 적응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어릴 적부터 놓치지 않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우리야 많은 유형의 아이들에 경험치가 있으신 선생님들께서 보고 해 주시는 얘기에 "그렇구나"하며 귀를 기울이는 정도였는데,

그 과목이 토론이든, 영어든, 수학에든 관계없이 우리 아이의 경우는 늘 그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어 들렸다.


어쩔 때는 "어머니, OO이는 문과 성향도 있고, 이과 성향도 있어요!"라는 것을 보면, 아이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나 보다 했다.


사실 정말 내가 봐도 그것이 뚜렷하지 않기도 했는데, 그것이 언젠가는 뚜렷해질 수도 있겠지 싶었다. 아닐 수도 있고.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는 방학 과학 특강으로,

우주선 모양의 전자회로를 만든 작품을 만들어왔다.


작은 원형 컵케이크 케이스 안에 폐회로를 구성했는데 배터리 양끝으로 선이 매달아, 각 선은 클립으로 연결에 두어 클립이 서로 엮이면 불이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컵케이스 표면에는 눈알 한 개가 붙여 있었다. 외계인이란다.


며칠을 그 작품(?)이 이리저리 발길 닿는 데로 굴러다니다가, 어느 날은 놀랍게도 책상 위에서 또 굴러다니고 있길래, "이거 이제 버릴까? 어차피 클립이 밤새도록 연결되어 있어서 배터리도 다 닳았어." 라며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굴러다닌 물건에는 애초의 눈알이 떨어져 있었다. 물건을 본 아이는 유레카를 발견한 듯 이렇게 외쳤다. "아! 왜 불이 안 나온 지 알았어!"


"응? 왜"

또 다른 과학의 원리가 궁금했던 나는 귀를 종끗 세웠다.


"이것 봐! 눈이 없어서 죽었네!"..................


"너!................... 문과구나..."


뼛속까지 이과인 에미는 백번을 관점 전환하여도

눈이 떨어져 죽은 사고에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이과, 문과는 무슨...

그냥 '천진 난만 과'가 있다면 딱이다.


아직은 사춘기는 아닌가 보다.

이렇게 살아 숨 쉬는 감수성이라니...

작가의 이전글 저도 이제 사춘기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