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moMistakes Jun 23. 2020

왜 글을 쓰지 못 하는가?

의지는 죄가 없다

오늘의 주제는 ‘나는 왜 글을 쓰지 못 하는가?’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것이란 생각에 잠시지만 신중하게 생각했다. '못'인가, ‘안’인가? 쓸 의지가 있었는데 쓴 것이 없는 상황이니까 ‘못’이 맞다.) 


일단 정확한 사실 관계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나열해 보자. 


1. 컨텐츠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2. 그냥 이제 대충 살고 싶어 한다. (다 귀찮다.)

3. 열심히 쓴 글이 냉랭한 평가를 받았던 기억 때문에  

4. 스스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5. 의지가 별로 강하지 않다.   

6. 보상이 없다.  

7.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의 기록이 먹고사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8. 글쓰기보다 훨씬 재밌는 것이 도처에 깔려있는데…  

9. 글쓰기의 맥락, 연결고리, 가치사슬에 대한 세팅이 없다.  


중언부언을 해도 열 개가 나오지 않는다. 글을 쓰지 못 하는 이유를 곰곰히 다시 읽어보니 또 다른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 나는 도대체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a. 더 나은 내가 되려면 생각을 해야하고 글쓰기는 생각의 좋은 도구다. 

    (내게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생각의 도구인 것 같고 설득, 설명의 도구는 아닌것 같다.)

b. 내 글이 비즈니스로 연결이 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내 글이 내 직업적 전문성의 증거가 될 수 있다.)

c. 글쓰기는 직업적 전문성을 심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아는 것, 설명하는 것, 글로 쓰는 것, 가르치는 것,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다 다르다.)  


내 글쓰기의 욕망은 A와 연결되어 있다.  B와 C는 -예측하기 어려운- 반가운 선물, 부산물 정도로 정도로 간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충실히 계속해서 A에 집중하면 B, C는 다행스레 따라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왜 이리 글쓰기 생산성이 떨어지냐’, ‘이렇게 게으르면 되겠냐’고 스스로를 다그칠 때 떠올렸던 생각은 B, C였던 것 같다. 불투명하고 어설픈 부산물 수확(도 아닌 파종) 계획으로 스스로를 다그치다니… 바보. 


다시 글을 쓰지 못 하는 이유로 돌아가 본다. ‘5. 의지 박약’이 루트 코즈가 맞다. 그리고 5의 이유(의지 박약의 이유, 진짜 루트 코즈)는 글쓰기의 욕망을 9번의 관점에서 섣부르게 B, C로 연결시킨 것(지금 당장 가치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퍼스널 브랜딩 차원에서, 투자 차원에서 꾸준히 글을 쓰자.)에 있다.난 원래 똘똘하고 유능하게 스스로의 시장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상당히 어색해 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변신을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B, C가 내 안의 검열관으로 작동하면서 글의 소재도, 내용도 제약을 받았던 것 같다. (위 7번 관련)



나는 글을 어떻게 많이 쓰게 되었는가?’라는 인터뷰를 1년 후에 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예정이다.


글쓰기랑 연결된 목적의식이 있었는데 이 목적의식이 글쓰기와 관련된 제 욕망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어요. 

욕망, 의지, 계획.... 이런 것들이 얼라인 될 때 생산성이 담보되는데... 제 욕망을 간과한 거에요. 

내가 경험한 것, 생각한 것, 상상한 것, 고민한 것, 의심한 것, 분노한 것, 감동한 것을 최대한 솔직하게 기록했어요. 제 글쓰기의 욕망은 이런 것에 충실하면 해소되는 것이었거든요.

작가가 아닌데 너무 과하게 글의 완성도에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도 아닌데 날고 싶어하는 것 같았거든요.

좀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창피해서 쓴 글을 공개하지 않거나, 쓰다가 좌절해서 중간에 접어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에요. 

대신 '양'에 집중(집착이라고 해도 좋아요)했어요. 일주일에 2개의 분리된, 2시간 짜리 시간을 만들었고 이 시간에 2개의 글을 썼어요. 그리고 공개했어요.

저는 '양질전환의 법칙'을 믿는 사람이거든요. 결국 질을 만들어내는 건 양이에요.

당연히 못 쓰는 주가 생겼죠….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그때는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쓱 다시 썼어요.  


작가의 이전글 [스토브리그]가 조직문화를 만났으나 코로나에 밀렸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