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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그냥'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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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
Nov 22. 2022
잘 준비를 하고 누웠는데 친한 대학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거주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얼굴은 못 본 지 오래됐지만, 나와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는 선배였다.
술·담배 안 하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던 선배는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듯했다. 올해 초에 옮긴 직장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계속 잘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들을 위해 교회에서 기도할 정도로 호감이 가는 좋은 사람들
이라고. 최대 관심사가 연애할 상대를 만나는 일이라고 하니, 정말로 별일 없이 그는 잘 지내고 있는듯 보였다.
오늘은 누군가랑 얘기하고 싶었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다고, 그냥. 밤중에 그냥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나였다니.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럴 때마다 나는 더 없는 행복감과 감사
함
으로 충만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어언 9년, 더는 일부러 만날 이유가 없는 사이.
한때는 굳게 연결되었다고 믿었으나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끈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둘
중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놓으면 쉽사리 끊어질 그것이 여전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직 이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그 끈의 이름은 '그냥'인가 보다. '그냥 보고 싶어서', '그냥 얘기하고 싶어서', '그냥 네가 생각나서'.
단언컨대 '그냥'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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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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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떄 역사학도였던,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청년입니다.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의 독후감과 저의 감성이 담긴 시나 에세이를 브런치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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