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다 Nov 22. 2022

단언컨대 '그냥'은

에세이


잘 준비를 하고 누웠는데 친한 대학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거주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얼굴은 못 본 지 오래됐지만, 나와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는 선배였다.


술·담배 안 하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던 선배는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듯했다. 올해 초에 옮긴 직장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계속 잘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들을 위해 교회에서 기도할 정도로 호감이 가는 좋은 사람들이라. 최대 관심사가 연애할 상대를 만나는 일이라고 하니, 정말로 별일 없이 그는 잘 지내고 있는듯 보였다.


오늘은 누군가랑 얘기하고 싶었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다고, 그냥. 밤중에 그냥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나였다니.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럴 때마다 나는 더 없는 행복감과 감사으로 충만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어언 9년, 더는 일부러 만날 이유가 없는 사이. 한때는 굳게 연결되었다고 믿었으나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끈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중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놓으면 쉽사리 끊어질 그것이 여전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직 이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그 끈의 이름은 '그냥'인가 보다. '그냥 보고 싶어서', '그냥 얘기하고 싶어서', '그냥 네가 생각나서'.


단언컨대 '그냥'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잎클로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