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블루 May 10. 2024

디자인에서 1 pixel의 차이

SNS 디자인을 하며 느낀 것

1 pixel의 의미가 크지 않다.


"조금만 위로 올려보면 좋을 것 같은데?? 1px? 아니 2px??"


cm, mm, kg 같이 무게나 길이를 재는 단위들처럼 디자이너에게도 사용하는 단위가 있다. 그 단위는 px(pixel)이다. px은 '화소'로 컴퓨터 안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라면 몇 px 만 옮겨달라거나 키워달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디자인의 업무에 따라 이 px에 매우 민감한 작업들이 있다.


잠시 편집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대기업의 브로슈어를 만드는 일에 투입되었는데 이 때는 편집물이다 보니 1mm의 차이에 굉장히 민감했다. 브로슈어의 상단 라인 굵기가 0.1mm라도 굵으면 바로 티가 났고 클라이언트가 라인 굵기를 1mm에서 0.7mm로, 다시 0.5mm로 줄여달라는 요청을 하곤 했다. 폰트도 5pt 단위로 맞춰서 작업을 했다. 편집물이나 인쇄의 경우 페이지수가 많고 제작하는 인원도 많다 보니 규칙이 필요해서 이런 단위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아이콘 디자인이나 웹디자인의 경우도 마찬 가지다. 1px의 차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광고디자인은 px의 차이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 px의 차이가 광고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몇 px차이로 광고의 효율이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레이아웃을 배치하는 데 있어서 광고디자인은 웹이나 앱 디자인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오히려 디자인 내의 규칙성보다는 소재를 주고받을 때의 규칙성이 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제작된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전달할지, 일정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의 협업 과정 내의 규칙성이 더 중요시되는 것 같다.


2020년도까지만 해도 '텍스트 오버레이'라는 페이스북 자체 광고 검수가 있었다. 이 검수가 조금 까다로웠는데 여기서는 1 pixel이 중요하긴 했다. 텍스트를 1-2 pixel만 줄여도 검수가 통과된다거나 가운데 정렬에서 단 몇 pixel만 오른쪽으로 옮겼는데 검수가 통과되기도 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레이아웃이 검수를 통과해서 난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로 '텍스트 오버레이'가 사라져서 지금은 검수에 구애받지 않고 SNS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ixel을 꼼꼼히 따지며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가?

웹과 UI를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광고 디자인 제작 과정을 보면 자신이 디자인하는 분야에 비해 디자인을 대충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전 회사에서 리더에게 pixel 단위로 디자인을 지적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pixel이 딱 맞아떨어지게 배치하여 디자인하는 것이 효율적이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폰트가 92.98pt인지 92pt인지가 광고 효율에 영향을 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 디자인을 하며 느낀 것은 세세한 pixel 배치보다 텍스트의 가독성이나 컬러, 이미지와 같은 큰 덩어리들이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pt나 pixel 보다는 %를 더 많이 사용했다. 이미지를 100%->105%로 키운다던지? 텍스트를 100%->110%로 키운다던지. 그것보다는 기획서를 빠르게 파악하여 한 장의 이미지에 결과물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재가 효율이 계속 좋게 나오는 경우

"이번에 이 소재가 효율이 좋게 나왔네요. 다음번에도 이런 스타일로 작업해 주세요~"

소재의 디자인이 효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던 사례가 몇몇 있었는데 다른 이미지로 소재를 교체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였다. 정말 다른 스타일로 소재를 교체하면 효율이 처참하게 나오곤 했다. 마케터들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주진 못했다. 추측을 해보자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좋은 소재라고 판단하여 노출을 많이 시켰는데 SNS 사용자들이 소재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재가 브랜드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다른 스타일의 소재가 노출되었을 때 브랜드 이미지가 바로 각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클릭률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아무튼, 이 소재의 효율이 왜 좋은 거지?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도통 소비자들의 취향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SNS 광고에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정말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소재의 효율이 좋을 때가 그렇다. SNS 광고디자인의 성과를 효율로만 본다면 디자인의 중요도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SNS 광고디자인의 성과를 브랜딩적인 관점으로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이미지가 SNS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며 한 브랜드의 이미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디자인에 의미가 생긴다. 빠르고 많이 쏟아져 나오는 전단지와 같은 이미지들 속에서 브랜드의 성격과 얼굴을 대변하는 SNS 이미지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립해 나가는 발돋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