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는 그만
좋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이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콘텐츠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일을 하면서 과연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콘텐츠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나는 회사의 콘텐츠들을 만들었다. 대부분 내가 만든 콘텐츠는 SNS 콘텐츠라는 폼에 한정되어 정사각형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마케터들의 기획안을 받아서 보기 좋게 이미지를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콘텐츠라는 것을 만들면서 매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콘텐츠들이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을까?’
’내가 만든 콘텐츠가 회사에 도움이 되긴 할까..?‘
’이 콘텐츠가 세상에 어떤 유익을 주고 있는 걸까?‘
그저 많은 콘텐츠들을 만들어낸다고 내가 좋은 콘텐츠 디자이너인 걸까? 이미지를 만들면서 뭔가 한 것 같긴 했고 때때로 마케터들의 칭찬을 듣거나 반응이 좋은 콘텐츠가 있을 때면 뿌듯한 느낌도 받긴 했다. 하지만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장기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길게 버텨봐야 1년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8시간을 소비하며 고민과 생각 없이 뽑아내듯 일을 한다는 것은 나에겐 감옥에 갇히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회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콘텐츠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고 소비자들에게 반응하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콘텐츠는 SNS 이미지가 아니다.
그건 정말 작고 작고 작은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다. 콘텐츠는 정말 큰 개념이다. 콘텐츠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스토리를 담은 것이고 살아있는 것이다. 콘텐츠는 어떻게 보면 회사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 회사가 가진 콘텐츠라 했을 때 콘텐츠를 보면 우리는 그 회사가 어떤 성격일지, 어떤 분위기일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는 살아있어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어떤 스토리와 감정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콘텐츠는 내가 회사에 뿌려댄 이력서와 같은 것이었다. 스토리도 없이 그저 나의 경력만을 기입하여 여기저기 뿌리고 그중 걸리는 하나의 회사에 입사해서 또 어떻게 1년을 버티지 생각하는 나의 모습. 감정도 없고 생각도 없는 정사각형 종이. 그래서 뿌리는 양이 어떻든 마음을 움직이는 소비자는 극도로 적은 것이다. 그것은 온라인 오프라인의 차이일 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마구마구 뿌려지는 전단지와 같았다. 만드는 사람의 노동력과 시간에 비하면 가치가 현저히 낮은 것이었다.
좋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된다. 만든 시간에 대비되는 것이 좋은 콘텐츠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고민의 흔적만큼 공감력을 줄 것이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일 테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는 적은 곳에 뿌려지더라도 보는 이가 적을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이 계속해서 가야 한다. 지금 트렌드에 맞춰져 잠시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또 다른 의미로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면 나는 분명 고민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것을 고민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