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수업 준비는 여전히 너무너무너어어무 어렵다. 아니, '어렵다'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재가 정해져 있는 수업은 조금 낫지만,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 문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아직 햇병아리 교사인 내게는 무척 버겁다. 예컨대 '은/는'이나 '이/가'처럼 쉬운 조사의 구분법부터 '이에요/예요'나 '-아요/어요'의 문법적 의미와 쓰임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한국어 지식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한국어에 익숙한 한국 사람에게는 언제 '은/는'을 쓰고 언제 '이/가'를 쓰는지 깊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왜 '의사이에요'가 아니고 '의사예요'인지, 왜 '먹아요'가 아니고 '먹어요'인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낫다. 처음에는 '은/는/이/가'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아주 기초적인 문법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위 멘붕이었다. 그래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관련 책을 이론서부터 실용서까지 꽤 여러 권 사 모으기 시작했다. 또, YouTube에 올라온 영상들을 틈틈이 챙겨 봤다. 예비(신규)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국립국어원의 교육이나 한국어 교육 관련 학회에서 진행되는 교육도 부지런히 찾아 들었다. 교육 중 모의 수업 교안을 짜고 그에 맞춘 모의 수업 영상까지 찍으면서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교육을 신청했나'싶기도 했지만, 끝나고 보니 최소 한 뼘만큼은 자라 있었다(고 믿으련다).
지금도 코앞으로 다가온 개강을 준비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중이다. 평일 내내 진행되는 어학당 강의를 맡고 나서부터 부쩍 새치가 는 듯한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흑흑).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교대나 사범대에는 눈길도 안 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나는 '선생님'으로 불리고 그로써 밥벌이한다. 이왕 하게 된 일, 어떤 선생님으로 거듭나고 싶은가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똑같은 한국어도 선생님이랑 배우면 재밌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수업, 말이 쉽지 아마 수업 준비 난이도로 따지면 최상이 아닐까.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하는 주제를 찾는 것부터 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까지 다 신경 써야 하니 말이다.
수업 준비가 조금은 쉬워지는 날까지, 나 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