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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위로 Jun 26. 2022

Day 26: 간만의 일탈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늦게까지 놀았다. 독서 모임을 마치고 1시간 정도 보드게임을 하다가 웨어하우스라는 칵테일바로 향했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홍대에서 즐겨 마시던 아디오스 마더퍼커(AMF)를 메뉴판에서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주문을 넣었다. 2시간 정도 지나자 바는 인산인해가 되었다. 힙합 공연을 한다고 해서 갔는데, 자정이 넘어서야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을 더 시켰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 조금 취하고 싶었다.


홍대나 이태원 클럽에 가면 있던 다트 게임도 간만에 했다. 카드 마술을 할 줄 아는 독서 모임 멤버가 있어 마술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올드 라스푸틴을 시켰다. 제일 좋아하는 흑맥주다. 이 칵테일바 사장님, 술 취향이 나랑 비슷하네. 마음에 쏙 들었다. 최고로 좋았던 건 힙합 공연이었다. 한눈에 봐도 뮤지션 느낌인 래퍼가 자작곡 3곡을 선보였는데, 쇼미더머니 보는 줄 알았다. 마지막 곡에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 벗어젖혔(?)는데 바로 잡아챘다. 야호, 득템!


공연이 끝난 뒤 못내 아쉬워 와인 한 잔을 더 하러 갔다. 글을 쓰며 돌이켜 보니 어제 코스는 정말 완벽했다. 칵테일바도, 와인바도 가성비 갑(甲). 심지어 맛도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택시에서 내린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시를 조금 넘었네.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장 지울 정신은 있었나 보다. 기억에는 없지만, 화장이 지워져 있었다. 간만의 일탈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그 일탈로 일요일인 지금 늦게까지 수업 준비로 고통받고 있지만, 충분히 감내할 만한 고통이다. 다음 일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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