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꿈과 현실

영화를 통해 꿈을 꾸고 영화를 통해 현실을 알아간다

by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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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발행된 한국영화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주제사> 3권 이진이(작가), 원승환(인디 스페이스 관장), 황규석(작가), 강민구(대전 아트시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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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4일 영상자료원에서 실시된 2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가 구술 채록되었고 곧 홈페이지( www.koreafilm.or.kr)에 PDF파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20201203_143838.jpg - 월간 영화세상 제21호(1995년 6월) 표지 -

화는 무엇일까? 영화는 언제 태어났을까? 영화는 현실을 앞서 갈까? 영화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을까? 영화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현실로 복제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는 예술일까? 이러한 많은 영화에 관한 질문들의 대답도 영화에 있다. 영화로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줄 수 있고 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화를 보고 누구나 꿈을 꾸었으리라. 하늘을 나는 꿈. 왕자가 되고 공주가 되는 꿈. 정의의 심판이 되어서 악을 무찌르는 꿈. 나는 아직도 영화를 보며 꿈을 꾼다. 10살도 되기 전에 본 영화 <슈퍼맨>을 보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붉은 망토 대신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하늘이 아닌 옥상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주차에 있는 자동차를 들어보려고 무릎을 굽히고 힘을 모으다가 바짓가랑이가 찢어지기도 헸다. 너무 힘을 주어서... 나는 영화를 이용하여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토토처럼 멋진 사랑도 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 존경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제 영화를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영화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영화에 관계된 정보와 자료들을 모으는 재미가 더 커졌고 그에 따라 영화에 대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영화를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내가 직접 영화의 현장을 구경해 보니까 과연 영화가 꿈속에 그리던 그런 낭만이 가득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영화의 대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서부터 수없는 반복과 재촬영 그리고 수정 등 영화라는 "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또 나 스스로 얼마 전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단편영화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영화를 찍어봤기 때문이다.


렇다면 영화는 현실과 떨어져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을 비웃기도 하고 뛰어넘기도 하지만 현실보다 더 절박하게 또 끈적거리게 현실을 담을 수 있다. 밀착하여 오랜 기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논픽션도 그중의 하나이다. 영화는 어떤 아프고 불공정한 현실을 올바르게 담아내어 그 현실을 잊거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깨우침을 줄 수 있는 이정표나 등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한 역사의 교훈도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역사와 사랑에 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담아내기도 한다.


제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기록하자. 어차피 영화는 순간이다. 영화가 좋다고 평생 어두운 스크린 앞에서 그리고 비디오 화면 앞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한평생 보는 영화의 양은 한정돼 있다. 대략 한 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곧 우리는 현실도 돌아온다. 이제 그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분명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교하는 사람이 그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본 뒤 그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자.


리는 한국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땅 위에 있고 이 나라의 공기를 마시고 이 나라의 사람들과 어깨를 마주치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야 할 영화의 모습은 무엇일까? 무작정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를 중국의 스타들을 좋아하는 철부지 같은 모습은 한때로 그쳤으면 좋겠다. 우리의 진솔한 모습이 담긴 우리의 영화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우리 영화를 보고 느끼고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는 일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영화라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있다.


영화세상 제39호(1997.1) 1996.12.28 발행 포도나무 96/12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