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탄생한 지 103년째가 되는 해 1997년. 다양한 메스미디어의 출현으로 이제 영화는 가장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다. TV 또한 영화 이후의 산물이며 케이블, 디지털 방송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도 다양한 영상문화의 원자재 구실을 하고 있는 출발점이 바로 영화이다. 바로 지금 우리는 이 영화의 현재와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불행하게도 영화가 축복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했다 암울했던 일제치하의 초창기부터 군부독재의 중년기까지 우리는 영화를 제대로 마음껏 만들지도 바라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새롭게 봐야 할 출발점에 서서 지금까지의 영화의 그릇되고 잘못 이해된 부분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치더라도 영화는 우리 한국인의 모습과 사상과 예술을 다루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영화는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도 그나마 어려움 속에서 예술혼을 발휘한 작품들에게도 우리 관객들은 냉정했다. 그것은 기형적인 우리의 영화문화를 잉태하게 하였다. 영화의 다양성 가운데 일부분인 오락적이고 자극적인 미국의 할리우드영화에 너무 쉽게 우리의 정신을 내몬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시작이다.
우리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기에도 역량이 부족했지만 우리 관객들은 너무 쉽게 우리 영화를 외면했으며 생각 없이 우리의 영화와 영하판의 자리를 남에게 넘겨주고 말은 것이다. 억압속에 의해 제단 되고 길들여진 영화문화가 피억압자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으로 자리 잡자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우리의 사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의 모습과 예술성을 영화에 담아 우리나라 한국의 영화판에 펼치고 세계의 영화판에 선보여야 할 때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들의 시선과 태도도 중요한 위와 같은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영화를 보는 눈을 다르게 떠야 할 때다.
그동안 지나치고 잊혔던 우리 영화의 모습에서 바로 그려졌던 올바르게 사고했던 모습을 찾아 서로 나누어갖고 그들을 격려하는 일이 첫 번째 우리의 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우리 영화와 우리 영화판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참여가 두 번째로 우리가 가져야 할 시선이다. 따끔한 충고와 함께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따스한 손길과 넓은 가슴을 우리 영화에 쏟아붓자. 그러면 우리는 영화판의 주인이 되고 한국영화의 올 곳은 생명력의 밀알을 키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영화 102년, 그리고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제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서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화 21세기를 책임질 젊은 우리 관객들의 책임이다.
月刊 영화세상 40호(19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