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베드

노지를 떠도는 나의 작은 옥탑방

by 황규석


벙커베드에 올라가서 누웠다. 슈가도 내가 올라가자마자 까치발로 벙커베드에 뛰어 오른 날 바라본다. 조용했는데 갑자기 뒤쪽이 시끄럽다. 집사람이 밖을 창문으로 보고 불안해했다. 우리 차 뒤에 자리 잡은 여행자 일행이 불을 피웠나 보다 고기를 굽기 전 기대하는 말투와 즐거운 기운이 전해진다.

아내는 불씨가 바람에 튀어 묶어 놓은 전기 자전거 2대에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나는 살짝 내려와 캠핑카 밖으로 나가 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화로와 우리 차가 너무 가깝다.


내가 신발을 신고 내려서자 그들도 나를 보고 긴장한다. 승합차 한 대에 아이를 가진 듯한

산모와 남편 그리고 부모님과 친척일행 6명 정도다. 작은 랜턴이 화로 외엔 전부다.

앞을 보니 차를 좀 옮겨도 될 거 같아서 나는 차를 옮기기로 했다. 개울가 풀밭에 바짝 가까이 대서 운전석에 오르기가 좀 겁이 났다. 아래는 진흙이었고 허벅지가 까지 오는 풀발에 발을 들이기가 좀 그랬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좀 움직이면 우리도 편하고 뒤에 와서 한 밤중에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 사람도 편할 것이다.


뛰어오르듯 풀숲과 진흙을 밝고 운전대에 올랐다. 물론 샤워를 한 뒤였고 잠옷 반바지였다. 풀독이 오르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었다. 차를 앞으로 조금 움직였다. 풀밭과도 좀 떨어졌다. 차에서 내리자 뒤를 돌아보는데 일행 한 두 분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며 고개를 숙인다. 아뇨 뭐 이제 좀 여유가 있으시죠?


벙커베드의 창문은 가로로 길다. 창가를 바라본다. 구름이 가려서 좀 흐르지만 그래도 비가 와서 수량이 넉넉하고 폭이 넓은 강물 아니 개천 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누런 달빛도 물빛에 펑퍼짐하게 자리 잡고 강물은 살짝 누런 빛깔이 찰랑거리듯 빛나는 듯하다.


간혹 세상밖이 궁금한 물고기가 점프하여 딱 1초 아니 0.5초를 세상구경을 하고 다시 자맥질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강물 중간에 놓은 돌다리를 건너다가 핸드폰 플래시를 비치니 물고기들이 모여들었었다. 깊은 곳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꼬리를 살랑 좀 얕은 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빠르게 눈치껏 왔다 갔다 했다. 저 돌다리에는 더 거세지는 물살이 있는데 저 가벼운 피라미 아니면 누치들이 어찌 저 물살을 건너고 또 거스르고 헤엄을 친다는 말인가.


나는 한동안 말없이 잔잔하게 물살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냇가 강물을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물멍을 했다. 은빛 인어 한 두 마리가 순번을 정한 듯 물밖으로 솟구치다 다시 떨어졌다. 물속에서 잠시동안 가석방을 용왕한테 받은 것일까? 인간세상이 궁금해서 잠시 귀휴를 얻은 것일까?


슈가는 엉덩이 한쪽을 내 허벅지에 대고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캠핑카의 불을 끈 것은 강물의 빛깔을 더 자세하게 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나는 가로로 난 기다란 창에 눈을 들이대고 한쪽 허벅지엔 슈가의 온기를 느끼며 노지 캠핑의 여유를 9월의 적막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슈가의 작고 귀여운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 개의 코 고는 소리는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캠핑카의 천장을 두드리는 한두 방울 빗소리에 잠겨 들었다. “두둑 도로록” “톡톡” “똑...” 빗방울이 떨어졌다. 냇물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민하여 밤 귀가 밝은 슈가 엄가가 일어났다. 여보 “자전거 커버! 비 오네 “ ”괜찮을 거 같은데 지나가는 비 같아 “ ”그래도 해야지 “ 매사에 철두철미한 집사람. 나와 아내는 자전거 커버를 꺼냈다. 그리고 계단도 꺼내 폈다.


뒤에 조용히 고기를 구워 먹던 사람들도 아쉬숨에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칠 줄 알았던 비가 좀 굵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카바를 씌우고 세게는 아니지만 안 날리게 매었다. 이미 승합차는 철수를 했다. 나도 아쉬웠다. 그분들이 더 재밌게 조용히 놀다 갔으면 하는데 말이다.


나는 다시 벙커베드에 올라갔다. 눈이 동그래져 걱정스레 날 바라보던 슈가는 다시 내 몸의 일부에 자신의 몸을 스치고 잠이 들었다. 몸을 말았다. 자신의 얼굴을 두 다리 아래로. 그 모습 슈가의 자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좀 슬프다. 녀석은 아이 때부터 혼자였고 무리에서 떨어져 인간과 같이 사니 말이다.


강아지, 개란 동물은 어미에게서 태어나 대게는 어미와 생이별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것이 개의 운명이란 걸 알기에 아무리 내가 자기에게 잘해주어도 필시 자신도 뿌리를 생각하고 자신이 태어난 모습을 기억하고 쓸쓸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나나 아내가 침대에서 품고 안아주고 자다가도 어느새 품에서 벗어나 한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는 슈가를 보면 그 헛헛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임에...

벙커베드는 빗소리를 제일 먼저 듣는다. 통통 울림이 있는 빗소리가 경쾌하다. 벙커베드는 옥탑방에서 살 때를 생각나게 한다. 달동에 영등포 지상에서 제일 윗 칸 굽은 철계단을 통해 올라가 누울 수 있는 나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를.


지금 있는 작은 캠핑카의 벙커베드는 다시 나의 작은 옥탑방이다. 거기엔 엄마와 떨어져 인간과 살다가 돌아가야 하는 어린 생명체가 가족이 되어 함께 있다. 앉을 수도 없는 그저 누워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써야 하는 옥탑방이 바로 벙커베드다. 작지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그래서 지상에서 멀어져 있지만 지상의 꿈을 무르익게 만드는 공간.


벙커베드에서 난 강물을 바라보고 하늘로 솟는 은어도 바라보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강아지의 체온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난 한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여기 이 공간이 주는 안온함에 나도 감사해하고 그저 풍경을 바라보고 뒤척이기만 하였다. 그래도 좋은 곳 아주 작은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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