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스테리 우먼(강지훈)

노래방에서 얌전떨던 나의 뜻밖의 노래와 춤에 모두 놀랐던

by 황규석

제21화 미스테리 우먼

강지훈 -


정말 요즘에는 노래방에 가본 지 꽤 오래되었다. 열심히 노래방에 갔던 때가 20대 중반이었던 5년 하고도 몇 년 전이다. 대학 복학생이 되어서 친구들과 술을 먹은 후 2차로 많이 갔었다. 역시 캠퍼스 잔디나 후미진 곳에서 1차로 4홉짜리 OB 병맥주나 HITE 병맥주를 새우깡 과자와 즐겨 먹었다.


막걸리도 좋았다. 마른오징어는 최고의 안주였다. 돈이 있으면 2차를 갔다. 2차는 학교 근처 민속주점인데 자글자글 찌개에 소주 아니면 중국집에서 식사 겸 반주를 했다. 2차 후엔 거의 금영이나 태진기계가 있는 노래방에 갔다.


나름 복학생이라고 신비(?)롭게 또 짬밥을 나타내기 위해 초록색으로 길이 든 군복 야상을 걸쳐 입고는 돌아다녔다. 물론 내피는 제외하고. 근데 거기 캠퍼스에서 깔깔이를 입는 대담하고 패션 워리어도 종종 보였다. 어쨌든 노래방에서 지금 미스 트로트에 나가도 우승할 실력을 가진 친구는 살살 웃는 눈매가 예쁜 후배였다. 그런데 나는 말을 잘 놓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편하게 말도 못 걸고 지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하튼 노래방에서 노래하면 여학생들의 시선을 받고 또 신경을 쓰기도 한다. 난 두 가지 필살기(?) 노래를 가지고 있었다. 나름 미성이면 미성이었는데 수줍게 마이크를 들고나가서 앳된 모습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 다들 신나 했다. 분위기를 띄워주니 흥에 겨워 탬버린을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노래를 하나둘은 가지고 있으면 좋다.


“가지 말라 한번 사정할 것을 가는 너를 잡고 매달릴 것을 내가 왜 돌아서고 말~았던가요 아무리 뉘우친들 지나버린 일인데 이렇게 괴로울 줄 뜻밖의 그 이별에 나도 몰래 눈물이 났네”


조용필의 "뜻밖의 이별" 이란 노래로 부르기도 쉽고 가사도 쉬워서 내가 즐겨 부르는 좋아하는 노래다. 군대에서 누가 불러서 찾아보고 나도 배운 노래다. 분위기 띄울 때 경쾌한 리듬에 쉽게 박수를 치며 흥겨운 분위기를 돋을 수 있는 노래다.


또 다른 필살기 노래 하나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느낌이 있어야 가능한 노래 바로 이 “미스테리 우먼”이라는 노래다. 예비역 아저씨가 이 노래를 부르고 둠칫 둠칫 춤까지 근사하게 추니 아닌 말로 신입생들이나 다소 문학소녀들은 다 내 숨겨둔 노래는 물론 춤 실력에 자지러지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하.


이 노래는 경쾌한 리듬에 고음이 힘든 노래지만 이상하게 어렵지 않았다. 고음은 두성과 가성을 섞어서 부르는 노래인데 목젖을 개방하여 쉰 소리와 섞어 그냥 저 멀리 높이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거다. 역시나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고 남과는 다른 개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다. 그래서 자주 부르다 보니 나의 노래가 되어버렸다. 당시에는 좀 세련된 반주와 리듬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강지훈이라는 가수가 정말 나에게 멋지게 다가왔다. 역시 기존의 관습이랄까 통념 등을 깨부수는 듯한 느낌의 가사와 리듬이 남자 가수의 매력과 함께 나의 마음을 어필하게 해서 즐겨 부르게 되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황규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13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