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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Feb 09. 2019

2월

파랗게 멍든 시간들. 39

2월이 되었어. 네 생일이 지났고. 나는 이미 예고한 대로 너에게 생일 선물을 주었지. 초연하게 있고 싶은데, 너만 생각하면 어쩔 줄 몰라서 과해지고 좋은 티를 숨기질 못하고 있어. 뭐가 맞는 거고 틀린 건지 잘 모르겠어. 일단은 그냥 네가 좋아서 맘 가는 대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야. 우리 계속해서 보던 그 시간 동안 나는 다 얘기했었어. 너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이유는 너는 침묵이 편한 사람이라는 것. 그날 건대에 어떻게 갔는지 그 이유 마저도.

밤바람이 분다. 별이 반짝이고 너의 웃음 섞인 목소리는 나의 모든 밤을 뒤흔들어 버려. 그 밝은 미소에 곧잘 기뻐했고 다른 이를 생각하는 목소리에 쉽게 슬퍼졌어. 이 마음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너는 퇴근길에 걸음을 옮기던 뚝섬이, 영동대교에서 바라보는 한강에 비치는 달빛이 아름답다 했지.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네 모습이 미어지고, 또 노력하는 네가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해서 감정을 털어버리는 장소라고 했어. 술을 마시면 습관처럼 너는 부모님 이야길 했지. 부모님 이야길 하며 흐뭇한 듯 웃는 네가 내 앞에 있었어.

그런 너를 보며 너와 함께 하게 된다면 내가 너희 부모님 같기를 바라고 있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그런 상상을 했어. 알수록 너를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가더라. 외로움이 많은 너. 곧 있을 너의 생일을 위해 네가 안겨 잘 수 있는 소파를 준비했어. 꼭 끌어안고 잠에 들어줘. 넌 한번 잠들면 어떻게 누가 둘러업어도 모를 정도로 잠에 든다 했잖아. 그렇게 잠이 들면 꿈속에 나를 불러다 앉혀놓고 네 이야길 해 줘. 영영 너의 눈가에 가닿지 못한다 해도 꿈속에서라도 너와 함께 하게 해줘.

혼자라고, 외로운 것 같다 말하는 너에게 내가 그랬었지. 너의 지난 연애가 어떻든, 너의 지난 모습들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라고. 감정 기복이 세고, 고집이 세고, 짜증도 잘 내고, 잘 울고, 자존감이 낮더라도 그런 모습들은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라고. 너는 그 말을 듣고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 되게 기분파라고, 기분 따라서 말하기 싫으면 하루 종일 말 안 하고 있기도 한다고. 그때 그저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제멋대로인 네 모습마저도 난 좋아. 그래서 생기는 돌발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거 재밌을 거야. 자존감 낮든 사소한 일에 짜증 나든, 하루 종일 말 안 하고 마음껏 울든 상관없어. 결국 그런 모습 또한  나 하기 나름이잖아. 내가 잘하면 되는 거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사실 묻고 싶어. 내가 너를 좋아해도 되냐고. 모두 쓸모없는 일이건만. 나의 마음에는 충분히 커다란 네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너에게 있어서. 어제는 눈이 오고 오늘은 비가 왔어. 날씨가 풀리는가 싶었는데 나만 그랬나 봐. 네 덕에 따뜻했나 봐. 나만 봄이 오는 거 같아. 조금 더 따뜻해지면 그날 건대에서 얘기 못한 한 가지를 말하고 싶어. 내 이상형은 침묵이 편한 사람이라는 거야. 언뜻 생각나고, 문득 생각나고, 자꾸 생각나고, 그렇게 늘 머물게 된다. 네가 온통 하루다. 어서 봄이 와 나에게 꽃으로 피어줘.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함 날. 짠하고 네 전화가 오면 참 행복할 것 같은 계절이야.

결론은 네 생각을 하다가 1월이 다 가버리고 2월이 되어버렸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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