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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하는마케터 Jun 26. 2019

내가 신문방송학과에서 한 공부

뭘 배우고 취직은 잘 되나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신문도 방송도 잘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수업에서 배운 신문과 방송의 역사적 흐름과 미디어의 개별적 특징 정도다. 이것 역시 개괄적인 핵심 이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좀 더 세분화된 영역으로는 광고나 PR의 차이 정도만 알고 있다. 여전히 이런 지식들이 훗날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 채 주어진 조건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신문방송학과는 입학 당시 내 주 전공은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전과생이다. 기존의 IT학과에서 신문방송학과로 오는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다. 그들이 말리는 이유는 모두 한결같이 비슷한 맥락이었다. “IT학과에서 버티면 너 취직은 쉽게 할 수 있어”와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취직보다는 흥미 있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다 보면 반드시 또 다른 길이 보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결국 내 고집으로 전과를 했고, 현재는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서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누군가 전공을 물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그럼 PD 하는 거야? 아님 아나운서? 아~~ 기자?”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학과를 직업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마땅히 떠오르는 직업이 없거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직업이 떠오른다면 장래가 없는 학과로 치부받는다. 아쉽게도 신문방송학은 그런 위치에 있다. PD나 아나운서와 같은 직업은 문턱이 좁을 뿐만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이다. 언론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이 힘들고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흔히 ‘기레기’로 불리는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좋은 편이 아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방송국에 대한 보편적 인식 또한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쯤 되면 전과 직전 주변에서 나를 말렸던 친구들은 제법 괜찮은 친구들이다. 내 미래를 대신 걱정해줬으니 말이다.

물론 신문방송학의 전망을 무조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하고 공부하면서 얻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면서 내재화된 습관들은 여전히 유용하다. 미디어에 대한 예민한 반응과 지속적인 관심이 그러하다. 또 언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과 기사의 이면을 보기 위한 노력 등은 이곳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체득할 수 없는 습관이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신문방송학과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가 필요하다. 내가 세운 정의는 곧 내가 배운 것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 삶은 미디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것을 미디어의 일상성이라고 한다. 신문과 방송은 모두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이다. 그러나 기존의 주류 미디어를 넘어서 미디어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우리는 그에 걸맞게 다양한 미디어를 소비한다. 또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 속에서 미디어 생산자는 선두가 되기 위해서 적절한 미디어를 선택, 활용하여 대중과 소통한다.

이런 관점에서 신문방송학과는 미디어 학과, 미디어 콘텐츠학과 더 나아가 커뮤니케이션학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기존의 ‘신문방송학과’라는 학과명에서 오는 진부한 느낌을 탈피하기 위해 학과 명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즉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학과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신문, 방송 영역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미디어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는 우리 학교에도 곧 적용이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새롭게 바뀌는 학과 명 중 내 눈에 띈 것은 ‘커뮤니케이션 학과’이다. 즉 미디어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일 뿐 미디어가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 자체라는 것이다. 이는 내가 몸담고 있는 신문방송학과를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신문방송학과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의 특성의 핵심을 파악할 줄 알고, 그런 미디어를 활용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물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흔히 교양이라고 불리는 지식 등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미디어는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명하고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4학년 1학기를 끝내고 취준생 대열에 합류했다. 여전히 공부하고 있고, 공부한 것을 토대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앞으로 꿈꾸는 직업도 내 정체성을 대변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렇게 어딘가 나를 필요하는 자리가 하나쯤은 있겠지 하며 오늘도 열심히 자소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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