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겐 이미 일상이 되었다
쏘카로 갈래?
지난여름 여행할 때 이용할 교통수단을 고민하던 중 친구가 한 말이다. 쏘카는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이다. 렌터카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렌터카와 달리 쏘카는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고 어플 하나만으로 인근 주차장에서 빠르게 차를 인수받을 수 있다. 이처럼 카 셰어링부터 시작해서 공유 오피스, 카플, 코리빙, 재능 공유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낯설지 않게 되었다.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쏘카>나 <그린카>를 이용해서 누구나 쉽게 자동차를 빌리고 있고, <wework>나, <패스트 파이브>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업무를 본다고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문제를 두고서 택시업계의 치열한 반대 시위도 있었다. 또 <숨고>나 <탈잉>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자신의 집도 <에어비엔비>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시대이다.
자동차, 공간, 재능이 소유 개념에서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뀌는 것 같다. 과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 가치'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공유경제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했을까?
대부분은 조금 더 저렴하고 경제적인 선택의 결과로 '공유'를 선택한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먼저 가격과 편리함부터 따져보기 때문이다. 평소 급할 때는 근처 쏘카를 이용하거나 숨고나 탈잉을 통해 현재 내게 필요한 사람을 찾기도 한다. 또 여행을 계획할 때면, 호텔을 먼저 검색하기보다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근처 좋은 숙소를 알아본다. 이 모든 행동이 '공유가 유용하고 미래 가치로써 의미가 있다'라는 암묵적인 동의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단순히 더 저렴한 것을 찾고 가성비를 고민하다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1. 공유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흥미가 생긴다)
2.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3. 나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공유라는 가치를 좋아하게 된다.
이는 내가 브랜드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랑 비슷하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관심이 생겨 실제 이용하고 나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 뒤로 그 브랜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서비스들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보다 우위에 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의 가치는 경제적인 이득이 선행될 때 더 널리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공유의 합리성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그 중요성과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공유경제는 여전히 신뢰 영역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다. 모르는 타자와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 시장은 점차 몸집이 커질 것 같다. 이미 교통수단, 공간, 물건, 재능 등 일상 전반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는 공유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의 시작이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공유경제를 표방한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서 공유경제의 가치와 합리성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점차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공유의 개념이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에 적극 동의한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이용 시작 계기가 어떻든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닐까? 혼자만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만 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고 그래야만 가치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공유는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