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와 찐으로 소통하기
현재 스타트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광고 매체 관리, python과 SQL를 사용해서 데이터 추출 및 가공 업무와 bigquery, Datasutdio와 같은 툴을 활용해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 번쯤 코딩을 배워야 하나? 생각을 해본 적 없을까요?" 아니 그런 생각을 안 했어도 요즘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면서 각종 대기업에서 개발자 채용에 힘을 쏟고 있다는 기사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카라쿠배: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과 같은 한국의 큰 기업들이 개발자를 대규모 채용한다 해서 다음과 같은 줄임말이 사용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업무를 첫 시작할 때 엑셀을 정말 많이 활용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점차 더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보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데이터를 개발자에게 요청하는 빈도수가 많이 지면서 요청해서 전달받는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청받은 데이터를 내 맘대로 가공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소통의 간극에 있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실무에서 경험한 상황을 각색하여 재구성해보았습니다.
마케터의 흔한 요청
마케터: "지난달 호텔 판매 데이터 뽑아주세요"
개발자 생각: 취소를 반영하라는 건가..? 그래 당연히 반영해야겠지. 그럼 지난달의 의미는 체크인 기준일까? 아니야 정확한 건 체크아웃이지. 그래 이렇게 뽑아서 주면 되겠다!
이렇게 개발자는 나름의 배려와 고민하여 데이터를 뽑아줍니다.
그럼 마케터의 다음 질문이 이어집니다.
마케터: 똑똑.. A개발자님 데이터가 이상한데요...?
개발자: ????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마케터와 개발자가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케터가 말한 지난달은 예약일 기준이고, 전환율을 계산하고 싶어 하는 마케터 입장에서 환불이나 취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판매액도 소비자가 할인을 받아 최종 구매한 가격을 의미했죠.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니까요. 물론 큰 기업이라면, 데이터만 전문적으로 추출하는 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대화 속에서도 마케터와 개발자 사이의 소통의 간극은 상당합니다. 실제 SQL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공부하면서 몸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접 배워서 데이터를 추출하기로 결심했고, 공부했습니다. 제가 SQL를 배우면 소통의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데이터를 직접 추출해서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버벅거리고 동료 개발자를 많이 귀찮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들이는 것이 기존의 방식대로 요청해서 전달받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SQL를 공부하니 그다음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코딩을 공부하고 있고 많이 어렵습니다. 고백하자면, 대학을 컴공으로 입학했지만, 졸업은 신문방송학과로 했습니다. 그만큼 코딩을 싫어했던 저였지만, 현재 필요성을 느끼고 접근하니 조금은 흥미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약간의 코딩 기술로 업무 효율이 상승하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목적 없이 '코딩이 지금 필수라던데?' 해서 총정리 패키지를 구매해서 공부하는 것보다 필요성에 의해 접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왜 이게 핫한지 어떤 점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코딩 공부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약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업무 효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인정을 받는 과정이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