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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하는마케터 Oct 26. 2018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소한 인터뷰> 면접을 보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준비하실 건 없고 그저 팀원들과 수다 떠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세요"


사소한 인터뷰 팀원 모집에 지원하고 1차 서류에 합격 후 받은 메시지였다. 최종 면접 날짜를 전달받은 날이었다. 아쉽지만 어떠한 인터뷰이든 편안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뷰 때만 되면 왜 이렇게 조급해지고 말이 많아지는지. '~다'로 끝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말이 산으로 갈 때가 많다.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인터뷰 날에 예정대로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도착해서 문자를 보냈다.

"저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그 후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다. 인터뷰 담당자 바로 옆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오면서 인상은 쓰지 않았는지, 거만한 자세로 있지 않았는지와 같은 내 작은 행동이 신경 쓰였다. 그 후 예정대로 면접은 진행되었다. 사소한 질문부터 역질문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돌이켜보면 여태 보았던 인터뷰 중 가장 편안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거짓말을 좀 보태자면 말 그대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왔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는 시작되었고 세명의 시선은 내쪽을 향했다. 첫 번째 질문은 아마 모든 면접의 공식 질문이지 않을까. 뻔한 질문이지만, 뻔한 만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어느 정도 짧게 해야 할지, 어떤 관점에서 내 소개를 해야 할지 항상 고민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큰 마음의 걸림돌은 이미 자기소개서에서 전부 말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한번 더 해야 한다. 역시 이 질문에 대한 준비는 밑 바진 독에 물 붓기랄까.


두 번째는 글쓰기에 대한 고집을 묻는 질문이었다. 인터뷰 팀이기 때문에 팀원 중 누군가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면 그 과정에서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간혹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주관이 강하면 마찰을 불러일으킨다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누군가 내 글에 피드백을 해주기를 원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고맙기까지 하다. 자신의 글을 본인이 수십 번 볼 때보다 남이 한 번 볼 때 오타도 보이고 잘못된 흐름도 보이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만약 팀원이 된다면 나도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일수록 좋다. 만남과 대화를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이 여럿 떠올랐다. 친구부터 시작해서 선생님, 학교 교수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전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다. 그분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혹은 역사책을 통해 공부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갖고 있는 지혜와 경험치를 뽑아내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글로써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지만, 그 당시에 구두로 잘 전해졌을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큰 줄기가 되는 질문을 제외하면 어떠한 말이 오고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인터뷰는 나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보다 '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인터뷰보다는 덜 떨리고 기억에 남는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 점은 말하기와 글쓰기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다 끝나게 된다. 물론 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이 글쓰기 순간이 즐겁다. 이전의 나는 내 주관이 분명하고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명제를 마음속에 담고 살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일상의 대화 속에서, 혹은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뿌리부터 흔들렸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글로써 정리하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에 예전부터 큰 흥미를 갖고 있었다. 내 사유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 이후, 남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구체화된 형태는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이번 면접은 철저하게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자리였다. 마치 인터뷰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나는 인터뷰팀에 새롭게 합류된 팀원으로써 인터뷰를 앞두고 있다. 물론 앞으로는 인터뷰어(er)로써 활동하겠지만, 시작은 인터뷰이(ee)가 되어야 한다.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있지만, 온전히 내 이야기가 인터뷰 소재가 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받는 사람도 서로에 대해서 깊게 알게 되고, 나 스스로를 좀 더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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