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하는 사이에 아이가 앞에 앉는다.
현실로 돌아온 모녀. 할 일을 해야 한다.
당장 수요일에 5-60대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방향은 정했지만 오늘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일은 학교 수업 후 회의가 있으니 오늘 정리를 해 놔야 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진행할 글쓰기 무료수업이 있다. 이 또한 이번주부터 방향을 잡고 주체사에 안내문을 보내야 한다. 이번 주에 작성할 칼럼 한 편도 기다리는 중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생각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 관련 책들을 읽으며 내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앞에 앉은 아이가 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울먹인다.
일기가 잘 안 써져서 그렇단다.
'그러면 다른 걸 하거나 아니면 종이에 어떤 걸 쓸지 한 번 정리해 봐'
아이는 말을 듣지 않고 그저 운다.
5일 넘게 휴가를 다녀왔으니 이 일상이 싫었던 걸까.
글이 안 써진다며 지우개로 종이가 찢어질 듯 지운다.
결국.
혼이 났다.
나 역시 생각이 잡히지 않아 예민한 상태였다.
그 감정을 굳이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의 울음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아이를 더 울린다.
어쩜 이리 미성숙할까. 어른이라는 사람이.
아이는 감정이 격해져 더 심하게 울고 둘째는 숨소리조차 편하게 내지 못하는 게 보인다.
속상하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싫어서
노력하는데 이렇게 또 점수를 깎아 먹는다.
여행 직후 이러니 다음 여행을 취소하자는 유치한 이야기나 하고..
과외하던 애가 늘 자기 엄마는 마귀할멈 이랬는데
나도 엄마가 되니 마귀할멈이 될 때가 있다.
아이의 가슴에 꽂힌 비수가 보인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본다. 그나마 얼마 전에 권한 따뜻한 책이라 아이는 이내 진정이 됐다.
아이의 관심사를 좋아해 주니 아이도 신이 났다.
그러지 말자. 아이한테.
참 귀한 내 새끼인데.
좋은 것만 주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중인데.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제일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랑한다.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