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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Nov 04. 2023

다혈질에 짜증 많은 택시 기사님이 준 교훈

목적 달성이 언제나 우선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나는 일상의 모든 것을 '일을 더 잘하기'라는 틀로 본다. 얼마 전에 만난 택시 기사가 준 작은 교훈, 혹은 에피소드다. 이것 역시 내가 늘 고민하는 '어떻게 하면 더 일을 잘 할 것이가'의 틀로 보았다. 하하하!


며칠 전에 택시를 타고 미팅장소로 출발면서 네비게이션으로 도착시간을 보니 13분 정도 늦을 것 같았다. 나는 미팅 장소에 조금 빈번하게 늦는 편인데 최근에 '미팅약속에 늦지 않기'를 목표로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늦으면 안 될 거 같았고 어떻게 예상 도착 시간 13분을 내비게이션의 예측보다 앞당길까 생각했고 바로 행동을 했다. 


1. 택시 기사분에게 약속장소에 늦을 거 같고 이건 택시를 늦게 탄 내 잘못이긴 하지만 10분 정도 빨리 가줄 수 있냐고 물었다. 


기사님은 물론 노력해 본다고 했다.


2. 목표 도착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목표보다 빨리 가려면 13분 정도를 빨리 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경험상 택시 운전사분들은 운전을 잘하기 때문에 도착 예정 시간의 10~15% 정도를 앞당겨서 맞추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이번에 만난 택시 기사분은 보통의 택시 승객들이 별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10% 정도의 부류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다혈질인' 스타일이었다. 40분 정도 택시를 타면서 약간의 불편한 경험을 받았다. 


A. 운전을 하면서 혼잣말로 주변의 차량들의 운전에 대해서 불평과 짜증을 냈다. 물론 나는 듣고만 있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B. 출발하고 5분 정도 지나서 기사님이 라디오를 켰는데 나는 택시에서 잠을 자야 해서 '소리를 줄여줄 수 있냐'라고 물었다.  기사분이 짜증을 내면서 라디오 소리를 '꺼버리는 걸' 알 수 있었다. 라디오를 끄면서 내는 짜증이 조금 느껴졌다. 물론 나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기사님은 다혈질이면서도 한편으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스타일이었다. '약속장소에 빨리 가 달라는(그러기 위해서 차를 빨리 몰아야 하는) 나의 요구에 '빨리 가기 위해서 내비게이션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냐'라고 물었다. 나는 물론 그대로 된다고 말했다. 


3. 마지막으로 약속장소에 빨리 가는 목적 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수단으로서 기사님에게 자율성을 준 것이다. 여기에는 추가 톨게이트를 지나기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의 옵션도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기사님의 적극적인 운전 덕에 신호위반과 속도위반 없이 약속장소에 정확하게 14분 정도 먼저 도착했고 나는 약속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a. 기사님은 운전 중에 투덜대고 짜증을 내는 보통의 승객이라면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스타일의 기사였다. 


b. 하지만 승객의 '추가 요구(약속장소에 예상시간보다 15% 정도 빨리 도착해 달라는)를 맞춰서 목표 달성을 하는 사람이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카카오 택시 앱으로 택시기사님에게 높은 별점을 주었다. 그리고 세 가지 교훈을 새겼다. 


가. 나와 다른 스타일이거나 내가 조금 불편한 스타일로 일을 해도 그런 사람과 일하는 방식을 수용할 것. 중요한 것은 성과, 즉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니까 '목적 달성 >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할 것.


나. 목적 달성을 위해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할 것. 이번 경우에는 '내비게이션 예측시간보다 15% 정도 빠르게  13분 정도 빨리 도착할 것, 시간으로는 xx시'


다. 목적 달성을 위해 전권을 부여할 것, 설령 목적 달성에 실패해도 책임은 업무를 지시한 내가 지는 것으로 할 것. 


결론적으로 미팅상대가 몇 분이 늦어서 나의 '정시 도착'은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좋은 경험을 얻었고 앞으로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내가 애초에 시간을 맞추는 것으로 더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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