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액션핏 박인후 Nov 12. 2023

니 계급을 알라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80억 인구 중에 1%

가사도우미를 쓴 지 몇 년이 지났다. 이런 얘기를 하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우선 '부르주아'라는 반농담조의 기계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고 가사도우미를 쓰는 금액을 물어보고 거기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는 얘기가 이어서 나온다. 하지만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 내 주변에는 사업하는 사람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더 넓게 보면 스타트업의 관점, 나의 시간과 효율에 관점에서 세상과 자본주의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대표가 아닌 3년 차 스타트업 직장인도 가사도우미 얘기를 하면 그 효용에 대해 쉽게 이해하거나 '나도 다음에는 써봐야겠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음식배달', '세탁', '이사' 이런 서비스들의 연장이 '가사도우미'다. 


하지만 '가사도우미'는 여러 서비스 중에서 내밀하게 소비자와 만나는 일인건 분명하다. 음식 배달을 하거나 이사를 하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보거나 얘기를 하는 경우는 적지만 가사도우미는 그보다 높은 확률로 '소비자, 혹은 서비스 구매자의 일상'속으로 깊게 들어가게 된다. 


얼마 전에 아신지 오래된 가사도우미분과 어쩌다 오래 얘기를 하게 되었다. 마침 그분의 개인 신상에 좋지 못한 일이 있어서 그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나의 계급'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과 함께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내가 지극히 평범하거나 주변과 비교해서 물질적으로, 외적 성취에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살지만 나는 어쨌든 많은 경우에 대한 민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지금은' 상위 클래스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비겁한(?) 방법으로 view를 더 멀리 빼서 지구적인 관점으로 지금의 나와 대한민국을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저시급을 벌어도 전 세계 기준 상위 5%에 들어간다. 


그리고 시간과 역사적인 관점에서 내 아빠와 본 적도 없는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등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나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내 조상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다. 


경제적 격차 때문에 우리가 사실상 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같은 국가 안에서 사회적으로도 계급의 문제는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농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는 대부분 신분사회에서 노예나 농노로 살았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계급사회는 그나마 그 안에서 신분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좋아졌다. 하지만 계급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견고하고 사실상 모든 것이다. 


불평등이 덜하고 지니계수가 낮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인간은 나만 잘 산다고 절대 행복할리 없다. 

<루나 코인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은 졸업 앨범에 '나만 잘되면 안 됨ㅋ 남들이 망해야 함ㅋ'이라고 자랑스럽게 써놓았다ㅠㅜ>


*사실 가사도우미를 쓸정도로 내가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거 같아서 얼마전에 직접 집안일을 해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문제의 해결책이 보통 극단에 있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