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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Nov 26. 2023

남들이 내가 보여주려는 것을 보지 않는 이유

언제나 느끼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어떤 결정을 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가고 나면 서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연애가 시작되고 나면 서로 왜 상대에게 끌렸고 왜 상대의 구애를 받아들였는지를 서로 궁금해서 이유를 묻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고 취직에서도 비슷하다. 



10년 전에 면접을 보고 들어간 작은 회사가 있다. 나중에 그 회사에 들아가고 나서 나를 면접본 대표가 말한 건데 나는 그때 면접에서 별로여서 뽑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면접 대상자의 조건에는 '비즈니스 영어 능통자'가 있었고 대표와 면접이 끝나고 대표는 확인차 당시 회사에 있던 외국인과 대화를 시켜보기로 했다. 내 맞은편에 당시 외국인(정확하게는 네덜란드인)이 앉았고 나는 대화 전부터 갑자기 씩 웃으며 밝은 표정으로  되었다고 나중에 그 대표한테 들었다. 나는 미소 한번으로 영어를 말하기도 모든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사실 내가 웃은 이유는 외국에서 살면서 '외국에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얼굴에 우선 미소부터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고 나는 그걸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었다(그 뒤로도 한동안 한국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미소를 짓는 습관을 유지했다).


어쨌든 나는 엉뚱한 이유로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회사는 내 인생에서 제일 잘 들어간 회사였다.


나도 대표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나 반대로 일을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 직원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나중에 그 순간에 대해서 상대에게 말하면 모두 놀란다. '나에게 그런 면이 있었구나'라고..


대표인 나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나 우리 회사의 클라이언트들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로 하 하거나, 같이 일하기로 한 순간은 보통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직원과 회사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런 순간은 보통 개인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긴 소통과 업무의 과정들, 무의식으로 드러나는 행동들, 축적된 습관, 몸에 녹아든 태도 같은 것'들이다.


왜 인간은 남이 보여주려고 하는 걸 보지 않고 다른 걸 볼까? 이력서와 학벌, 혹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눈에 쉽게 보이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와 성품을 보려고 할까? 왜 허세를 부리는 남자를 여자들은 거르려고 할까?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렇게 보는 것들이 항상 옳은 판단이지도 않겠지만 나는 언제나 흥미롭고도 중요한 사실을 생각한다. '상대는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을 보지 않고 내가 못 느끼는 것들, 혹은 숨기려고 하는 것들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는 너무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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