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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Dec 08. 2024

촛불 집회 아닌 '응원봉 집회'

New Generation이 온다. 야광봉을 들고 K-pop과 함께!

2024년 12월 3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다. 바로 내가 사는 나라에 계엄령이 선포된 날이다. 


나는 1980년 생이라 내 생애에는, 비록 내가 기억에 없는 애기 때라도 계엄이 없었다. 마지막 계엄은 1979년 10월 25일이었다. 


나는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해외 출장을 다니고, 또 사업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고 지금도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차 대전 전에 식민지배를 당했지만 선진국이 된', '고속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보통 신이 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나라에 사는 국민 들은 신이 난다(물론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누구에게는 '헬조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고속성장과 성과에는 미국이나 다른 서구 선진국처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유기적이면서 긴장된 공존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를 무력으로, 총칼로 제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쟁 같은 아주 특수한 경우는 물론 예외다. 사람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그 말을 서로 비난할 수 있지만 상대를 무력과 총칼로 제압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게 '자유 민주주의'다. 


이번 계엄은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을 무너뜨린 사건이었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영화에서 보던 독재의 망령에서 아직 100% 벗어나지 않았다는 서글픈 사실을 아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2024년에 계엄이리나? 손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4차 산업을 얘기하는 시대에 계엄이라고? 박근혜 탄핵 때처럼 내가 다시 거리로 나갈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 그리고 어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하루였다. '작은 실망'을 했지만 '큰 희망'을, 그것도 나보다 훨씬 어린 세대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다. 


1. 여의도 가는 길

신논현역 에서도부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로 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들 가장 두꺼운 옷을 입고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지하철에서부터 사람들이 어떤 지하철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서로 묻기 시작했다. 


'오늘은 사람이 참 많겠다' 생각했다. 


여의도 국회 의사당역에서 내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위로 올라가는데 한참 걸렸다.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윤석열을 탄핵 하라'


2. 표결이 시작된 오후 3시까지

여의도 국회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여성들이 많았고 20대 여성들이 진짜 진짜 많았다. 여자가 70% 퍼센트고 그중 절반이상이 10~30대 여성으로 보였다. 원래 시위에는, 특히 잘되는 시위에는 20~30대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3. 김건희 탄핵표결까지

먼저 김건희 특검법은 198표로 부결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힘이 빠졌다. 춥기도 하고 이제 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에 또 나오긴 하겠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파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사람들 틈에서 선 채로 조금 졸았다. 


4. 반전

그런데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김상욱 의원이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서 국회로 들어온 순간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최 측이 K-pop과 클럽 음악들을 주로 틀기 시작하면서 시위는 축제로 변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특히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어려서인지 이들은 힘이 넘쳐 보였고 지치지 않았고 탄핵 가결이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손에 아이돌 콘서트에서 쓰는 '야광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카메라가 20대 여성을 잡고 큰 화면에 띄울 때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사람으로 꽉 찬 좁은 공간에서 어깨와 팔,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춤을 추었다.  


'아.. 이렇게 새 시대가 오는구나'


5. 의족 정족수 미달로 탄핵 가결 실패 

우원식 의장이 의회를 종료하고 주최 측은 빠르게 행사의 끝을 알렸다. 물론 '이건 시작일 뿐이니까 다시 또 모이자!'는 말을 했다. 사람들은 물론 호응했다. 패잔병의 탄식과 실망의 흔적은 없었다. 신나는 투지와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시작일 뿐이야!'


이번 시위의 이름은 더 이상 촛불 집회가 아니다. '야광봉 집회' 혹은 'K-Pop집회'로 부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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