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가장 길었던 6개월

아차 하면 북한 같은 나라에서 살뻔했어!

by Inhoo Park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사회적', 혹은 '국가적' 존재로서의 '나'가 있다. 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민이고 사회적 시민이다. 24년 12월 3일부터 25년 6월 3일까지의 6개월은 내가 '국민'으로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던 6개월이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기적 같은 확률로 선진국이 되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다. 2차 대전 이전 식민지였던 국가 중 유일하게 선진국이 된 나라다. 문제도 많았고 지금도 많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성취를 한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계엄을 일으켜서 독재국가를 만들려고 했던 미치광이가 나타났다니! 아니 씨박, 2024년에 계엄이라니! 독재라니!


계엄이 터지고 한편으로 절망감이 들었지만 내 안에서 공격적인 분노가 들었다. '반란군 새끼들, 뒈졌어.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590487cbed6c48c3a0f050b1211d3d09.jpg (반란 수괴의 황당한 계엄 선포)


며칠 전 6월 3일에 정권교체가 확실해지고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모든 것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가능성으로 만 봐도 아래처럼 지난 6개월간 12.5%의 확률로 탄핵과 정권교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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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혹은 자주 지나온 일들이 기적같이 느껴지고 돌아보면 엄청난 우연과 작은 판단의 결과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 계엄령 발동부터 정권교체까지가 그렇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많은 재밌는 게임들이 현실에서 느낄 수 잘 느낄 수 없는 경쟁과 싸움에서의 스릴, 생존확률을 절묘하게 버무린다. 사실 확률적인 조합일 뿐이지만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흥분, 안도감, 만족감을 느낀다. 짧게는 지난 6개월간 이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던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그냥 누군가가 만든 게임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느껴질 만큼 지난 6개월은 그것이 현실이었기에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더 비현실 적었다.


어쨌든, 그 위기를 잘 극복한 내 나라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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