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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met Jan 03. 2021

후회 게임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가정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건 일종의 게임과 같다. 시간이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그때 공부를 더 했더라면, 이 빌어먹을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이런 가정들로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삶을 상상해보는 일종의 '후회 게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할까, 그리고 하루에 몇 번의 후회를 할까. 5분만 더 일찍 일어날걸, 밥을 조금만 먹을 걸, 근무시간에 딴짓 적당히 할걸. 아버지에게 한번 더 전화 드려볼걸... 나는 오늘 몇 번의 후회를 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에게 들을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발행한 후에도 후회하겠지. 글을 조금 더 다듬을 걸. 조금 더 신경 써서 적을걸 하고 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생각 속에 후회와 관련된 한 문장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 '사람은 후회를 먹고 산다'. 어디서 읽은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지만 문득 머릿속을 스치며 떠오른 문장이었다. 우리는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고 후회하고, 또 다시 나아가니까. 후회하며 힘들었던 순간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


사실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일은, 내게 있어 하나의 작은 습관이다. 나는 매일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아쉬워하고, 다짐한다. 때로는 슬퍼하고 좌절하고 무너진다. 어떤 일은 후회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하지만 이를 통해 지나간 삶을 한번 더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렇게 후회는 나를 한걸음 더 성장시킨다.


나의 후회는 주로 ‘. . . 했었더라면’과 같은 가정으로 시작한다. ‘10여년 전 그 날, 첫 이별 그 겨울.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왜’냐는 질문 한마디를 던져볼 수 있었더라면’. ‘고등학생 시절 참여했던 대형기획사의 공개 오디션 이후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끝까지 나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했더라면’과 같이 말이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 후회하고 다짐해도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회 속에서 나는,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위안을 얻고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의 상황에 대처할 마음가짐을 준비한다. 그래서 후회는 게임과 같다.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성취와 다가올 미래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상상력 게임. 


나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후회한다. 이를 통해 발전하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찾겠지.

하지만 나는 언제쯤 이 후회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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